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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기 지금]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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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기 지금]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입력
2005.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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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동막골’. 제목 그대로 영화 ‘동막골’이 밀려드는 인파로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다. 개봉(4일) 첫 주말 148만명으로 시작한 흥행몰이가 11일 만에 300만명을 가볍게 넘어서더니 500만명(22일 현재 약 470만명)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기세대로라면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은 ‘1천만명’도 허튼 소리만은 아니다.

이 시점에서 ‘동막골’의 대성공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특급 배우들의 고액출연료와 지분요구로 몸살을 앓은 한국영화계는 스타시스템 일변도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흥행에 대한 확신. ‘말아톤’과 ‘마파도’가 스타 배우, 감독이 아닌 작은 영화라도 독특한 소재와 캐릭터와 연기자들의 짜임새 있는 연기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동막골’은 소재에 따라서는 그것이 규모가 커도 흥행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셈이다.

더구나 올 상반기 흥행부진으로 한국영화의 위기로까지 몰고 가는 분위기 속에서 ‘동막골’은 스타 감독(박찬욱)과 배우(이영애)가 나오는 ‘친절한 금자씨’와 당당하게 경쟁하면서 한국영화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동막골’하면 사람들은 장진을 먼저 입에 올린다. 그가 원작자이자 제작자이며, 2002년 이 작품의 연극 연출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직접 연출한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까지 뒤이어 개봉해 스포트라이트는 더욱 그에게 집중됐다.

물론 그가 없는 ‘동막골’은 불가능하다. 기발한 상황설정이나 재미있는 캐릭터들, 유희로 가득찬 언어는 분명 ‘장진표’이다. 그러나 연극을 본 사람이라면, 영화 ‘동막골’은 장진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공간의 확장과 섬세함, 우화적 표현양식도 그렇고, 분명 박광현(36) 감독의 것이다.

연극공연 한 달 전인 2002년 10월 어느날.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2002년)편으로 인연을 맺은 그에게 장진 감독이 ‘영화 해 볼 생각 없냐”며 희곡 초고를 던져주었다. “처음에는 개성 강한 감독의 원작이 부담스러워 내키지 않았다. 그런데 스토리라인이나 스케일에서 영화적으로 재해석할 여지가 많아 하겠다고 했다.”

1년 6개월 동안 씨름해 시나리오를 완성한 박 감독은 작품 자체의 흥행 가능성을 파악하고 거액을 투자한 투자사에게도 감사해 한다.

그들은 “그 많은 돈(순수 제작비 58억원) 왜 여기에만 쓰느냐”는 핀잔을 하면서도 박 감독이 100일 간 땀 흘려 산골(강원 평창)에 감자 밭과 언덕, 500년 된 정자나무와 우물이 있는 ‘동막골’을 짓도록 해주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순수가 보전된 이상적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연극과 달리 동막골을 외부와 차단된 곳으로 설정했다.”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도 그랬다. 동막골 사람들에게 2개월 동안 어투만 바꾸는 게 아니라 생활까지 몸에 배도록 사투리를 가르쳤고, 자연스런 어울림과 감정을 위해 촬영기간 (6개월)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동막골에서 살았다. 감독의 꼼꼼함은 캐스팅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군인들은 ‘내 나이키’의 배우들로 서로 친한데다 6개월의 합숙으로 실제 영화에서와 같은 감정까지 생겨날 수 있도록 했고, 반대로 동막골 사람들 역에는 아는 배우로 쓰면 들어온 자(군인들)와 구분이 안 돼 전부 매체에 노출이 안 된 연기자들을 뽑았다.”

이런 감독이고 보니, 어느 하나 무심한 것이 없다. 팝콘과 멧돼지 장면은 시각적 이미지 확장을 위한 감독의 아이디어이자 고집이었고, 가장 매력적인 인물 여일(강혜정)도 재미만이 아닌 인간과 신의 매개체로, 모든 인간의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운 순수한 존재의 상징으로 그렇게 만들었다.

멧돼지고기를 군인들만 먹게 한 것은 그들만의 공간과 시간, 화해의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이 슬프다. 전쟁으로 만났기에 그 행복은 판타지일 뿐이다.”

박 감독은 ‘동막골’을 폭격을 피한 마을 사람들의 구원이 아닌, 남북 군인들의 비극적 구원의 영화라고 했다. “전쟁 참여자로서 순수성을 대표하는 탈영병과 낙오병이 전쟁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죽음뿐이다. 마을을 수색하러 온 미군과 한국군의 잔인한 폭력은 그들을 현실로 되돌리는 동시에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웃음과 순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게 해 준다.”

그렇더라도 마지막 폭격 장면은 과잉이다. 사이즈를 의식한 감독의 고집이라면, 본의 아니게 엄청 자신의 덩치가 커진 감독의 다음 작품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사실 돈은 마을에 거의 다 썼다. 이 부분은 3개월 간 피땀 흘린 신예 컴퓨터그래픽팀이 거액을 내 놓고 그 흔적을 찾으려는 투자사의 마음을 읽고는 나에게 해 준 200여컷의 선물이다. 남의 돈 쓰면서 ‘산업’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내 정서는 마을에 다 표현했으니까.”

감독이 말하는 ‘동막골’의 흥행 요인은 세 가지. 이야기가 쉽고 매력적이다.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정서가 있다. 팝콘 장면처럼 시각적 즐거움이 있다.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모든 것 다 버리고 순수와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행복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때묻지 않은 마음이 있다. “동네 과일가게 아줌마가 ‘동막골’을 보고 3일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착한 소시민들은 이런 것으로 행복해 한다는 사실에 영화를 만든 보람을 느낀다.”

‘동막골’에서 박 감독이 얻은 가장 큰 것은 자신이 수소문해 찾아낸 비주얼 디렉터 김중, 촬영감독 최상호, 컴퓨터그래픽의 조의석 등 스태프이다. 알려지지 않아 설 자리가 없었던 신인들이기에 누구보다 열성적이었고, 전문가적 실력으로 자기분야뿐 아니라 영화 정서와 아이디어에도 도움을 주었다. 그들이 있어 감독은 행복했고. 앞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벌써 다음 작품 제의가 밀려든다. 아니나 다를까, 모두 큰 작품들이다. “천천히 사람들이 ‘동막골’을 잊으면 할 생각이다. 영화가 전공(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졸업)도 아니고, CF 감독(최민식이 나온 교보생명이 그의 작품) 일도 있으니까. 작지만 매력적인 정서를 가진 작품, 인민군들이 ‘동막골’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었듯 착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독특한 정서로 힘있는 자를 이기는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다. ”

이대현 대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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