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부동산종합대책의 뚜껑이 열린다. 그동안 당정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그려진 윤곽을 아무리 깎아 보더라도 이번 대책이 전국에 미칠 충격파는 대단할 것 같다. 나아가 경제 사회 정치 전반에 어떤 연쇄 후폭풍을 몰고 올지 알 수 없다. 그 강도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일단 양 극단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가상1. 약발이 강하게 먹혀 대번에 투기는 사라지고 매물이 쏟아지며 거래는 올스톱 된다. 집값 땅값이 빠른 속도로 꺼지고 기득권층에서 “악”소리가 터져 나온다.
웬만한 규모의 집을 가진 국민이라면 누구든 집을 늘리고 사고 파는 것이 겁 난다. 청와대는 “우리가 이겼다”고 환호한다. 2003년 10ㆍ29대책의 약효는 1년 남짓해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정권말기까지 계속된다. 그 사이 내수경기는 얼음장이 되어 버린다.
가상2. 약효는 몇 개월 반짝하고 만다. 집값이 잠시 안정되는 듯 싶더니 곧 시장에서의 대반격. 저금리 시대에 돈 갈 곳은 역시 부동산! 대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
부동산 기대심리가 고개를 든다. 집값은 내렸지만 전세값이 올라 고통스러워 하는 중산서민층까지 정부에 등을 돌린다. 국세심판제기 등 조세저항까지 쇄도하면서 부동산대책은 붕괴한다. 집값은 폭등하고 시국과 경제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진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정책으로 경기를 띄우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겠다”는 전제 하에서 이번 대책은 출발했다. 그러나 부동산경기가 얼어붙을 경우 이를 보완할 다른 어떤 경기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부동산시장 역시 내수와 경제성장에 상당한 몫을 한다는 게 경제이론의 한 가닥이며, 현실세계 어느 나라(사회주의국가 제외)에서도 이는 유효하다. 주식시장이 경기심리를 대신 끌어올릴 역할을 정부는 기대하는 것 같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외국자본이 판을 휩쓸면서 과거와 달라졌다.
이번 대책이 실패하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다. 정권과 정책의 신뢰가 깨져 더 이상 어떤 정책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시장과 싸움을 벌여 패배하는 사태는 정권의 명운까지 걸려있다.
극단적 추측이고 지나친 논리비약이 아니냐고 정부는 반박할지 모른다. 물론 이번 대책이 소프트랜딩해 경제의 새 황금률을 세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늘이 두쪽이 나도” 하는 정부의 작심이 여전하다면, 마찬가지로 ‘경기와 경제가 두쪽이 나는’ 최악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도 분명히 갖고 있어야 한다.
이번 대책에 대한 관심은 국민적이다. 기대와 냉소가 강하게 혼재하고 있다. 국민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정책은 실패의 파장도 적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그만큼 실패의 파장이 크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헌법처럼 정권이 바뀌어도 남을…”을 외칠 뿐 8ㆍ31이후에 대해 어떤 복안도 갖고 있는 못한 것 같다. 거기서 국민과 언론의 불안감이 파생한다. 헌법처럼 변하지 않는 정책은 소수 특정계층이 아니라 다수의 안심과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번 대책은 부동산대책이상의 강도높은 알파를 담은 종합경제대책이 되어야 한다.
송태권 경제부장 songt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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