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천국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방방곡곡에서 영화잔치가 열린다. 서울 부산 부천 전주 등 대도시는 이미 오래 됐고, 이제는 주민 1~2만명에 불과한 작은 소도시, 심지어 방송과 비행기에까지 번졌다.
7월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 이어 8월에도 10여개의 크고 작은 영화잔치가 줄을 잇고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5~7일),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5~9일), 제천국제음악영화제(10~14일), 부안영화제(12~14일),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11~16일),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19~24일), 대만뉴웨이브영화제(24~9월6일), 서울독립영화제(25~31일), EBS국제다큐멘터리페스티벌(29~9월2일) 등등.
이게 끝이 아니다. 9월이면 서울환경영화제(8~14일)가, 10월이면 아시아 대표영화제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10월6~14일)의 10번째 잔치가 기다리고 있다. 11월에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2~7일)라는 것까지 열린다.
영화제에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시상식, 또 하나는 영화를 감상하는 그야말로 필름페스티벌, 그리고 필름마켓. 한국의 영화제는 부분 시상제를 도입하고, 마켓을 열지만 대부분 놀거리, 먹거리와 결합한 축제다. 그것도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몇 개를 제외하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잔치다.
과거와 달라졌다면 “지방자치단체의 생색내기나 업적 올리기”란 비판을 피하려 나름대로 여러 방식으로 차별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 그대로 독립, 단편, 애니메이션, 음악, 환경 영화 등 ‘장르나 테마영화제’를 표방하는가 하면 청소년, 어린이, 여성 등 대상을 특화하기도 한다. 또 부안영화제는 ‘환경과 아줌마’를 결합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우후죽순격으로 영화제가 생겨났던 5년 전의 문제점들을 극복한 것은 아니다. 졸속이고, 규모에 집착해 외국작품 몇 편에 ‘국제’ 란 이름을 붙인다.
‘테마’ 역시 중복돼 같은 작품이 여기저기서 상영되고 있다. 관(官)과 민(民)의 갈등도 여전해 집행위원장 해고와 이에 따른 반발로 몸살을 앓은 부천영화제는 올해 두 집단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영화제를 여는 추태까지 부렸다.
축제는 카타르시스 역할을 한다. 또 지역주민이나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흥행력이 없다는 이유로 극장상영이 되지 않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로, 독립예술영화 감독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이 소개된다는 점에서 영화제가 고마울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지나치게 소비적이고 낭비적이어서 영화제의 생산적 기능과 효율적 운영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정지영 감독은 “색깔 있는 영화제는 많아도 좋다”면서 “고양영화제가 어린이 특성에 맞춰 영상미디어 교육에 중점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역영화제 역시 ‘따로놀기’에서 벗어나 2, 3개 인근 지자체가 손을 잡아 축제의 효과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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