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되다 54년 만에 우리 정부에 반환되는 경기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 앞바다 농섬이 중금속에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납(Pb)은 전국 평균의 최고 521배에 달하는 양이 검출돼 토양 정화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환경운동연합과 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 철거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 환경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5일 농섬 7개 지점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의 중금속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카드뮴은 농섬 토양 1㎏에 0.67∼2.13㎎이 포함돼 전국 평균치(0.1㎎/㎏)를 최고 21.3배 초과했으며, 구리는 2.66∼62.62㎎/㎏으로 전국 평균(4.7㎎/㎏)의 최고 13.3배에 달했다.
납은 전국 평균치가 4.8㎎/㎏인데 비해 농섬에서는 15.49∼2,500㎎/㎏이 검출돼 오염수준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은 체내에 과다하게 축적될 경우 중추신경장애 암 근육마비 신경마비 등을 유발하며, 카드뮴과 구리는 각각 암 고혈압 이타이이타이병과 신장염 정신분열 중추신경장애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지점 7곳 가운데 토양환경보전법상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한 곳은 카드뮴 4곳, 구리 2곳, 납 3곳으로 조사됐으며, 이 중 납은 3곳 모두 토양오염 대책기준마저 상회하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토양오염 우려기준은 환경법상 사람의 건강이나 동ㆍ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토양오염 기준치로 이 기준을 초과하면 오염물질 제거 및 방지시설 설치 등 시정 명령이 내려진다. 토양오염 대책기준은 우려기준을 초과해 즉각적인 정화대책을 필요로 하는 기준치를 말한다.
오염수준이 심각한 납과 구리의 경우 사격 표적지로 사용됐던 육지 쪽 토양에서 월등히 많은 양이 검출돼 미군의 사격 훈련이 중금속 오염의 ‘주범’임을 추정케 했다.
환경련 관계자는 “주한미군은 이 달 말로 예정된 농섬 반환 이전에 주민과 환경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신속한 정화조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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