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안기부 도청테이프 ‘X파일’ 수사진은 반응을 자제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진의 파악에 분주했다.
참여연대가 고발한 삼성 불법자금전달 사건 수사전략을 짜고 있는 시점이고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전날 엄정한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검찰로서도 감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황교안 2차장 검사는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통령 발언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수사 라인에 있는 다른 검찰 간부도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다 정리되면 이야기 하자”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삼성수사 등에 대한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인지 노골적인 불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대통령이 마치 수사를 지휘하는 듯 발언한데 대한 불쾌감은 있지만, 검찰이 차마 말하지 못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검찰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274개 도청테이프의 내용수사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미로 확대해석하며 “내용 수사불가는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한 부장검사는 “불법도청 자료를 근거로는 원칙적으로 수사를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청와대와 검찰간에 모종의 교감을 거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안기부 불법도청조직 미림팀에 대한 수사가 끝나가는 시점이고, 검찰은 조만간 도청내용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었다.
한편 법무부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날 천 장관의 발언과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천 장관의 발언은 당시 삼성자금이 정치자금법 위반 사항은 아니지만, 회사공금이었다면 배임ㆍ횡령이 될 수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였기 때문에 전혀 상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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