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4일 “1997년 대선자금 문제를 갖고 당시 대통령 후보들을 조사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이회창, 김대중 후보 등의 97년 대선자금 문제는 시효가 다 지났으므로 과거사 정리 관점에서 처리했으면 좋겠다”면서 “2002년 문제는 아직 살아 있지만 97년 문제로 왕년의 후보들을 불러내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 아니냐”고 강조했다.
청와대 김만수 대변인은 “검찰이 아닌 국민을 향해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 97년 대선자금을 수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침을 검찰에 전한 것으로 풀이돼 논란이 예상된다.
노 대통령은 “이회창 후보의 경우 97년 대선자금을 놓고 세풍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나중에 또 조사 받았는데 테이프 하나 나왔다고 다시 조사한다면 대통령인 내가 너무 야박해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2002년 대선자금과 관련 검찰은 현역 대통령 정치자금까지 다 조사했는데 회사 장부를 압수해놓고 수사하는 특별한 방법을 취했다”며 “당시 대선자금 문제는 이것으로 정리하고 새로운 역사로 가자는 취지에서 국민이 어려움을 감수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 대선자금이 조(兆) 단위에서 수천 억원, 수백 억원 대로 점차 작아졌으며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와 나는 모두 간이 작아 과거와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라며 “대선자금 전모가 이미 공개됐고 구조적 요소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결코 과거사를 적당히 묻어버릴 일은 아니다”면서도 “적어도 어느 정도 구조적 문제가 밝혀졌다면 하나씩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장관은 이날 국회 예결특위에서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범죄 요건이 안되기 때문에 수사를 할 수도 없다”며 “97년 11월14일 개정된 정치자금법 발효(98년 1월) 전까지의 정치자금은 대가성이 없으면 처벌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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