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어린이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학교나 집 근처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나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이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단법인 한국생활안전연합은 2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세계 최고의 스쿨존 만들기 제1차 국제 심포지엄’에서 “2003년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14세 이하) 394명 가운데 269명이 보행 중 사고를 당했고, 이 가운데 80% 이상의 사고가 학교나 집 근처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외전문가로 참석한 샐리 캐언즈 런던대 교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0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보행자 사망률’을 인용한 주제발표에서 “한국은 어린이 보행자사망률이 1위(5.41%)로 스쿨존을 일부에서만 시행하고 있는 폴란드(2위ㆍ2.14%)의 2배를 넘었다”며 “스쿨존 지정은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실태조사에서도 스쿨존 규정속도(시속 30㎞ 이내) 준수차량은 100대 중 5대에 불과했다. 최영화 서울시립대 도시방재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5월부터 8월까지 등교시간(오전 7시30분~9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 남성초등학교 정문을 통과한 차량 986대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규정속도를 지킨 차량은 50대(5.1%)에 불과했다.
오히려 서울시내 도로 규정속도(시속 60㎞)를 넘긴 차량이 29.9%에 달했다. 경찰청도 스쿨존 내 법규위반 건수가 2002년 8만6,838건에서 2003년 10만4,751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도로교통연구실장은 “운전자가 스쿨존에 대해 잘 모르고 인도, 과속방지턱 미비 등 안전시설이 부족한데다 법적 제재도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 실장은 “스쿨존임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준수사항을 홍보하고 과속방지턱을 촘촘히 설치해야 한다”며 “녹색어머니회 등 교통계도원에게 고발권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불법 주ㆍ정차 금지 및 노상주차장 철폐 ▦횡단보도의 신호등 법제화 ▦1경찰관 1학교 전담제 ▦스쿨존 내 교통사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개선책으로 제시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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