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열풍으로 코스닥시장이 초호황세를 구가하던 2000년 10월. 벤처기업인으로 주목 받던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이 검찰에 구속됐다. 한달 뒤에는 20대의 벤처기업가 진승현씨가 오랜 도피생활 끝에 검찰에 출두했다. 두 사건은 이후 2년여 동안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게이트 정국’의 서막이자, 코스닥 붕괴의 전주곡이었다.
코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834.4포인트(당시 기준 283.44포인트)를 기록한지 불과 반년 만의 일이었다. 두 사건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면서 그 해 12월26일 코스닥지수는 525.8포인트(당시 기준 52.58포인트)로 급전직하했다.
연이어 터져 나온 ‘이용호 게이트’와 ‘윤태식 게이트’,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던 새롬기술 오상수 전 사장의 구속 등은 코스닥을 재기불능의 구렁텅이로 밀어넣었다. 각종 벤처캐피탈 등을 통한 무분별한 투자자금의 유입, 일반 투자자들의 ‘묻지마식 투자’, 벤처기업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결합돼 빚어진 참극이었다.
2005년 상반기, 코스닥은 보란 듯이 살아났다. 지수는 두 달 가까이 500선을 유지하고 있다. 변동성이 크게 줄어들었고 자금도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썩어가던 나무다리가 어느새 돌다리로 바뀌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일부 상장사들의 행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 올 들어서만 20여개사에서 수십 억원대의 횡령사건이 발생했으며, ‘머니게임’ 의혹의 근원인 우회상장 건수도 40건에 육박한다. 주가 급등 직후 대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행태가 연일 반복되고 있고 적자전환 사실을 은폐하는 일부 기업들의 불투명 관행도 여전하다. 투자 행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바이오주’에 대한 무분별한 투자는 2000년의 정보기술(IT) 및 인터넷주에 대한 ‘몰빵’ 투자를 연상케 한다.
코스닥은 유가증권시장과는 달리 아직 위기관리에 취약한 ‘개미’들이 투자자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돌다리라도 다시 한번 두드려보는 신중함이 필요한 것이다. 개미들은 2000년의 참혹한 실패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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