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3일 청와대에서 지방 신문사 편집국장 33명과 3시간10분 동안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임기 반환점에서 선 소회를 피력한 뒤 후반기 국정 과제 등을 소상히 밝혔다.
노 대통령은 한국 경제에 대해 “경제가 활짝 펴지지 않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감히 대과 없이 일해왔다고 자부하고 싶다”고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언론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도 “국정 수행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내 뜻이 생각과 달리 국민에게 전달되는 것이었다”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한 시효 배제 논란과 관련, “정부가 소급 입법안을 제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일부 시민단체의 인천의 맥아더 동상 철거주장에 대해 “동상 철거는 미국 정부 뿐 아니라 미 국민의 한국에 대한 인식을 굉장히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후에는 ‘귀향 마을’에 가서 80ㆍ90대 된 노인들의 안전을 보살피고, 자연을 회복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기 반환점 소회
일은 잘한 것 같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한테 별로 지지를 못 받고 있는데 지지를 못 받아서 섭섭하고, 좀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말로써 생긴 이미지의 손해 때문에 국정 솜씨가 많이 깎이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쉽다. (임기) 하반기 최대의 목표는 우리 정치 문화를 바꾸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한국 경제 평가
경제는 두세 가지로 봐야 한다. (경제) 위기 극복에 대해서는 정부가 무난하게, 아주 효과적으로 대처해왔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리고 경기를 원활하게 활성화하는 문제는 편법을 쓸 수는 없었고, 시간이 필요한 것이어서 국민이 흡족하지 못한 불만은 있겠지만 그 또한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고 싶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이다. 우리 경제의 체질과 미래 경쟁력에 관해선 참여정부는 어떤 정부보다 자신 있게 했다고 말하고 싶다.
▦양원제 도입 문제
10년쯤 뒤에는 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닌 수도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한민국 국회를 완전히 지배해 버린다. 그러면 수도권의 마음에 안 드는 법안을 꺼내보지도 못한다. 입법 과정에 일극(一極) 중심의 사고구조가 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심각한 위기 요인이다. 지역의 이해 관계와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상원 같은 것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사적인 견해로 제시한 것이니 개헌 논의로 번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주기 바란다.
▦시효 배제 논란
대통령이 소급 입법안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8ㆍ15 광복절 연설문에 왜 ‘앞으로’라는 말을 못 넣었느냐 하면 옛날에 다른 사람들이 몇 가지 범죄에 관해서 소급해서 시효 혜택을 박탈해야 된다고 몇 가지 제안을 했기 때문이다. ‘수지 김 사건’ 같은 유형의 몇 개 특수한 사건이 있을 지 몰라서 그 부분(과거사건 시효 문제)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한 것이지, 그 이상 정치적으로 이용될만한 일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언론 관계
내가 정치를 하는 동안 일부 중앙 언론과 내내 관계가 좋지 못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그런 언론으로서는 수용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도 나를 대통령으로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부 언론이 있어서 우리 생각이 국민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느냐는 것이 중요한데 애로가 많았다. 그러나 이것은 자업자득인 측면이 있다. 언론과의 관계에서 과거와 같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관계는 이제 한 단계를 넘어선 것 같으니까 새롭고 합리적인 관계를 설정해보고자 한다. 생산적인 협력관계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