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임동원, 신건 등 김대중정부 시절 국정원장들이 22일 김승규 국정원장을 면담, 현 정부가 “DJ정부 시절 불법도청이 있었다”고 발표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명예회복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직 원장들은 이날 면담에서 김 원장에게 “국정원이 명확한 증거자료도 없이 졸속으로 DJ정부의 불법도청을 밝혔다”며 “합법감청과 불법도청을 명백히 구분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강한 유감과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초 기자회견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기로 하고 지난 19일 국정원법에 따라 김 원장에게 언론접촉 승인을 요청했으나 이날 김 원장이 “DJ정부 차원의 도청은 없었다”는 취지로 경위를 설명함에 따라 일단 25일로 예정된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본 뒤 최종입장을 정하기로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날 “김 원장이 서울 시내 모처에서 3명의 전직 원장들을 만났다”며 “김 원장은 이 자리에서 5일 국정원이 불법도청을 고백하게 된 취지와 경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전직 원장들은 도청을 지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거듭 밝힌 것으로 안다”며 “김 원장 역시 DJ정부 시절 김대중 대통령의 도청 근절지시에도 불구하고 실무 차원에서 제한적 도청이 있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해 원만히 끝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직 원장의 한 측근은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지만 어떤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전직 원장들도 향후 대응에 대해 의견을 모은 바 없다”면서 “25일 국회 정보위를 지켜보겠지만 그 전이라도 누군가 언론을 통해 입장을 피력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국민의 정부 시절 국정원장 4명 중 검찰 소환을 앞두고 있는 천용택 전 원장을 제외한 3명의 요청으로 성사됐으며 국정원 1, 2차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1시간 넘게 진행됐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측 최경환 비서관은 “전직 국정원장들이 우리와 협의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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