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한 고위간부는 23일 “김승규 국정원장이 어제 전직 국정원장들과의 면담에서 ‘DJ정부 시절 유무선 감정장비와 이동식 감청장비인 카스 등을 사용했는데 영장이 없었다’면서 ‘이는 불법도청이 이루어졌음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이날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그러나 전직 원장들의 시각은 달랐다”며 “이들은 ‘시간이 지나 (감청영장) 등 관련 자료들이 없어졌을 수 있는 만큼 그것이 불법도청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참여정부에서는 도청이 전혀 없다”며 “고영구 전 원장이 정치인 관련보고를 받지않겠다고 선언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같은 입장이라 도청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 들어 국정원장의 대통령 독대는 한 차례도 없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특히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이 김 원장에게 DJ정부의 도청 고백을 요구했다”는 청와대 지시설에 대해 “청와대에서 도청 사실을 안 모든 사람이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국정원 발표 일주일전인 지난달 29일 김 원장이 진대제 정통부장관, 청와대 김우식 비서실장ㆍ 문 수석 등과 식사하며 도청 문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자 문 수석이 ‘털고 가자’고 조언한 것이 청와대 지시설로 와전됐다”고 설명했다.
이 간부는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휴대폰을 수입할 때 감청이 가능한 칩을 부착하도록 하고 관련 기술도 개발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 합법적인 감청장비 개발 등이 필요한데 우리 풍토가 그렇지 못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동국 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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