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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여주인공도 양극화?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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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여주인공 캐릭터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9일 첫 방송하는 MBC 월화드라마 ‘비밀남녀’(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의 주인공 영지(한지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처녀 가장이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를 피해 가출한 엄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돌보는 그녀는 백화점 주차장 안내요원부터 대리운전까지 가리지 않고 일한다.

KBS 2TV 수목드라마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최진실)는 어머니가 가출한 집안의 맏딸로 상고를 나와 동생들을 뒷바라지 하는 역할이다. 맹순이는 결혼 후에도 38평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온갖 부업을 마다 않고, 시아버지 제사상에 비싼 문어 대신 주꾸미를 올리는 ‘짠순이’ 주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프랑스의 제과학교를 졸업한 ‘삼순이’(‘내 이름은 김삼순’)나, 어려운 형편으로 대학진학을 포기한 뒤 미용사로 일하는 ‘금순이’(‘굳세어라 김삼순’) 처럼 억척스러운 여성 캐릭터가 드라마의 한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작가들이 고민한 결과이다.

반면, 무리한 간접광고와 캐디 비하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SBS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의 경우 주인공인 희수(김정은)는 한국 최고 재벌의 손녀딸이다.

‘루루공주’ 후속으로 방영될 ‘프라하의 연인’에서 전도연은 대통령의 외동딸로 외교관으로 일하는 재희 역할을 연기한다. KBS 2TV ‘웨딩’도 중국에서 ‘천후’(天后)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장나라가 무엇하나 부족한 것 없는 사장 딸로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김정은과 전도연, 장나라가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주로 가난하거나 평범한 집 딸 역할을 주로 해왔다는 사실.

이렇게 양극화한 여주인공의 캐릭터들은 비록 양태는 정반대여도 모두 여성 시청자들의 현실적 욕망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전자는 불우한 환경을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 성공의 의미를 극대화함으로써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후자는 실제로는 경험하기 어려운, 화려한 삶의 표현을 통해 대리만족을 제공한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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