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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허구에 울고 웃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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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허구에 울고 웃는 세상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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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언(寓言)이라는 말은 ‘장자(莊子)’에 나오는 말이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방법으로 종종 비유를 적절히 섞은 이야기를 만들곤 했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나 수주대토(守株待兎)같은 것이 널리 알려진 우언이다. 중국 우언의 역사는 매우 긴데, 일반적으로 춘추전국시대의 우언은 철학적인 면이 강하다고 평가된다. 우언은 우화(寓話)라고도 하는데, 일본식 용어인 우화가 우리나라에선 더욱 널리 사용된다.

중국의 우언들은 현대인들에게도 시사점을 던져주는 것이 매우 많다. ‘열자(列子)’에 이런 우언이 있다. 연나라에서 태어나 초나라에서 자란 노인이 있었다. 고향인 연나라로 향하던 중 진나라를 지나치게 되었는데, 그를 안내하던 사람이 진나라의 마을을 가리키며 거짓말을 했다. ‘여기가 연나라입니다.’ 노인은 감격했다.

그리고 조금 지나 어느 집을 가리키며 ‘저것은 당신 조상의 집입니다’라고 하자 노인은 눈물을 흘렸다. 길을 좀 더 가더니 안내자는 작은 언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은 당신 조상의 묘입니다’ 노인은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통곡했다.

그때 갑자기 안내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다 거짓말입니다. 이곳은 진나라입니다.’ 노인은 민망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마침내 노인은 연나라에 도착했지만 진짜 자신의 마을과 조상의 집과 묘를 보고는 먼저 같은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 우언은 참으로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혹자는 이 이야기의 의미를 인간의 감정은 그 때마다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객관적인 절대성은 없다고 한다. 즉 우리가 처한 현실은 허상에 나지 않으며 허상 앞에서 기뻐하고 슬퍼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허구 앞에 진심이 우러나고, 사실 앞에 담담해진 슬픈 현실. 만약 우리가 노인과 같은 처지라면 어떨까. 아마 대부분 진짜를 보고는 전혀 감격하지 않고 그저 멍하니 바라볼 것 같다.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감동하여 그 현장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들이 직접 보는 현실은 초라할 때가 많다. 마치 호쾌한 무협영화를 보며 칼 소리 활 소리에 실감을 느끼지만, 정작 그 소리들은 특수효과로 제작된 허구인 것과 같다. 여기서 허구는 마음을 빼앗았지만, 사실을 알면 진실은 초라해져 버린다.

난마처럼 얽힌 세상살이, 우리가 믿었던 것들이 허구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다가 우리는 정작 진실을 만나서는 물끄러미 처다만 보지 않을까.

박성진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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