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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법인'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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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법인'의 두 얼굴

입력
2005.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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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이 미미했던 ‘기타법인(금융회사를 제외한 일반 기업)’이 8월 들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모두 쥐락펴락 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매물공세를 거뜬히 소화해내는 등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는 반면, 코스닥시장에선 창투사들이 새내기 종목이 상장될 때마다 물량을 쏟아내 수급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천사 역할을 하는 기타법인이 코스닥에선 악마로 돌변하는 셈이다.

23일 증권전산에 따르면 기타법인은 8월 한 달간 하루만 제외하고 매일 순매수를 기록, 누적 순매수액이 8,600억원에 이른다. 이달 들어 3,000억원대인 기관 전체는 물론, 7,000억원대인 투신권 순매수액도 웃돌아 주식시장 최대의 매수 주체로 떠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달 중순 이후 매도로 전환, 8월 누적 순매도액이 6,400억원을 넘어섰다. 현대증권 차은주 연구원은 “최근 5주 동안 기업들의 자사주 순매수가 매주 최소 2,000억원 이상 규모로 이어졌다”며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쏟아내는 매물을 기타법인과 개미들이 받아 시장을 지탱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비록 기타법인 매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이달 중 완료될 전망이지만,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완료되면 기타법인의 순매수 강도는 약해지겠지만, 기조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팀장은 “2002년 이후 시작된 우량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이제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했다”면서 “과거에는 법인들이 주가가 오르면 증자 등을 통해 주식을 시장에 공급하는 주체였지만, 지금은 자사주를 사들이는 수요자가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에서는 기타법인이 아직도 주식의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에 머무르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1,200억원, 600억원 이상 순매수를 기록했지만, 기타법인이 1,127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면서 코스닥지수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월부터 공모주 시장이 다시 재개된 점을 감안하면 6월 이후 기타법인의 꾸준한 매도세는 창투사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에는 지수 상승기를 이용해 오히려 자사주를 매각, 차익 실현에 몰두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화증권 이영곤 연구원은 “일부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상승국면을 오히려 매도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것은 주주가치나 주가안정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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