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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겉과 속 다른 MBC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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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겉과 속 다른 MBC 사과

입력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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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21일 브로커 홍모씨의 전방위 로비의혹에 전ㆍ현직 간부와 기자 등이 연루된 사실을 시인하고 최문순 사장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대가성 여부는 아직 명확치 않지만, 사과문에도 밝혔듯 “공영방송 종사자, 그것도 보도간부까지 브로커와 어울리며 접대와 금품을 받은 것만으로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휴일 긴급임원회의까지 열어 내놓은 사과문은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기조차 두렵다” “쏟아지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 “부끄럽기 한이 없으나 용기를 내어 용서를 구한다”는 등 절절한 반성과 개혁 다짐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실제 내부 분위기는 다르게 느껴졌다. 사과문 발표 직후 경위를 알아보려는 기자에게 MBC 담당간부는 반성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시끄러우니 일단 사과하고 보는 것이다. 나도 짜증나니까 자꾸 묻지 말고 마음대로 쓰라.”

사실 MBC는 사건이 한국일보에 첫 보도된 18일 자체조사에서 직원 연루사실을 일부 확인하고도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강변했다.

한 간부는 “밥 한 번 먹은 게 무슨 문제냐. 김모 기자가 100만원을 받은 것도 개인비리일 뿐, 회사와는 관련이 없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심지어 “아마 한국일보가 이리저리 엮어 MBC를 조지는 그림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부응을 해주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MBC는 올 초 ‘구찌 핸드백’ 추문 이후 생방송 성기노출 파문, ‘마루타 영상’ 오보 등으로 숱하게 사과를 했다. 이 달 들어서는 거의 매주다. 하지만 최고경영자까지 나서 사과한들 내부 분위기가 이렇다면 노조의 지적대로 “남의 비리엔 엄격하고 자신들의 비리에는 관대한 도덕불감증 집단”이라는 비판을 떨치기 어렵다.

이희정 문화부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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