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갈갈이 찢어진 이라크
알림

갈갈이 찢어진 이라크

입력
2005.08.22 00:00
0 0

이라크의 분열이 봉합 될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수도 바그다드를 포함한 이라크 곳곳이 지난 1월 총선 이후 무장세력으로 돌변한 수니파 조직원들의 테러로 시아파 민간인들이 살해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내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국민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할 새 헌법 초안마저 막판 재협상을 위해 1주일 연기됐지만 종족ㆍ종파간 갈등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번째 헌법 초안 제출 시한이 22일로 다가왔지만 연방제 도입, 석유 수입 분배, 이슬람의 정치적 역할 등 3대 핵심 쟁점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이라크 남, 북, 중부 지역을 각각 장악하고 있는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이 이라크의 미래를 결정 지을 헌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시사주간 타임은 최신호(29일자)에서 미군 철수 이후를 노린 수니파와 시아파간의 투쟁으로 바그다드 시내에서 민간인들이 살해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페인트공, 주스 판매인, 얼음 행상인 등 애꿎은 민간인들이 헌법 초안에 반대하는 수니파 암살대에 의해 살해되면서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잡지는 지난달에만 880명이 살해됐다며 시아파가 다수로 있는 와사쉬 지역에서는 12일 25명의 수니파 남자들이 경찰에 억류됐다가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는 등 보복에 대한 또 다른 보복이 자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 전직 수니파 전사는 “미군이 떠나면 우리는 내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만간 초안 최종 타결은 힘들 전망이다. 이브라힘 알 자파리 이라크 총리의 대변인인 레이스 쿠바는 21일 “제출 시한을 1주일 더 연기할 수 있다”며 “이라크 헌법초안위원회가 한 두개 항목을 남겨둔 채 완전히 합의를 이루지 않은 상태에서 초안을 완성해 제헌의회에 22일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막판 진통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

갈등의 핵심은 석유다. 거대 유전지대를 갖고 있는 시아파와 쿠르드족 입장에서는 연방제를 도입하고 수니파의 석유수입 분배 주장만 잠재우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립국가 건설을 최종목표로 삼고 있는 쿠르드족은 하루라도 빨리 중앙집권적 국가형태에서 벗어나길 원하고 있다.

한편 가진 것이라고는 사막 밖에 없는 수니파는 자신들의 동의 없이 초안이 의회에 제출된다면 이라크 위기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미국과 유엔을 협박하고 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이라크 모든 법의 근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슬람의 정치적 역할에 대해서는 모처럼 시아파와 합의했지만 시아파의 득세로 이어질 것을 염려한 쿠르드족이 반대하고 있어 타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