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이동철인 가을이 다가오면서 조류독감 공포가 또다시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오리 두루미 같은 철새들은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기는 주요 매개체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부터 동남아에서 유행한 조류독감은 그동안 북상을 거듭했다. 올 봄 베트남을 중심으로 발생하던 조류독감은 여름에는 중국 티베트와 몽골, 카자흐스탄을 거쳐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발견됐다.
이후 조류독감은 방향을 서쪽으로 틀어 유럽을 향하는 형세다. 러시아 당국은 7월 첫 발견 이후 사냥시즌 취소, 가금류 살처분에 나서고 있으나 바이러스의 서진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현재 우랄산맥 근처까지 서진한 조류독감은 곧 흑해, 카스피해 연안으로 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베리아 지역의 조류독감은 철새 이동시기와 맞물려, 유럽 등으로 급속 전염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시베리아 등 추운 지역 철새들은 10~11월 따뜻한 지역으로 대이동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올 가을에는 지중해, 북아프리카, 서유럽, 멀리는 북미지역도 바이러스에 노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철새 통과지역인 아제르바이잔 이란 이라크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도 위험 지대다. 이렇게 되면 세계보건기구(WHO)의 우려대로 조류독감은 대륙간 전염병으로 퍼지게 된다.
유럽의 경우 매년 시베리아에서 900만 마리의 조류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돌아간다. 2003년 2,500만 마리의 닭을 살처분하는 홍역을 앓은 네덜란드를 비롯, 유럽 각국은 벌써 방역ㆍ예방조치에 나서고 있다. 네덜란드는 22일부터 가금류 방목을 금하고 실내수용 조치를 취했고, 독일도 내달까지 유사한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러시아산 가금류 관련 물품의 유럽연합(EU) 수출은 이미 중단된 상태다.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H5N1’로 다행이 인간전염은 함께 발견되지 않고 있으나, 수습방법은 감염조류를 없애는 것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다.
철새 가운데 흰죽지오리가 주로 문제의 바이러스를 옮기는데, 시베리아 조류독감도 아시아에서 돌아온 이 오리 때문으로 파악된다. 흰죽지오리는 연초 우리나라 시화호에 10만 마리가 목격된 바 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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