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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정원 국내파트 없애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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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정원 국내파트 없애면 안돼

입력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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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학계에서는 정책정보(policy intelligence)를 국가이익을 증대시키고 국가안보를 확립하기 위한 정책 수행에 지원되는 정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말하자면 국가이익과 국가 안보정책의 수립, 집행, 조정 등에 활용되는 정보인 것이다.

최근 국내외 국경 구분이 모호해지고 국가안보의 개념이 세계화, 탈냉전 추세에 따라 과거 정치ㆍ군사 중심에서 경제ㆍ사회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새로운 안보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정보의 역할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책정보 기능은 정변기마다 존폐 시비를 유발하고 있는데 이는 그 기능과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역사적 근거가 미약한데도 큰 원인이 있다.

국내 정책정보의 기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시대 암행어사는 오늘날 국내정보 수집 분야에 근무하는 국정원 직원과 여러 면에서 유사점을 지니고 있었다.

암행어사는 일반적으로 지방 수령 규찰만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연구를 통해 정책정보 수집도 중요한 임무였음이 밝혀지고 있다. 암행어사는 탐관오리 적발 외에 백성의 고통과 어려움을 파악하여 원한을 풀어주고 왕에게 민심을 상달하는 기능을 수행하였다.

역대 왕들이 군자의 도리가 아니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암행어사를 파견한 것은 암행어사가 지방 정보를 수집하는 데 가장 유효했기 때문이었다. 지방 수령들의 공식적인 정보 보고만으로는 백성들의 민심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비밀 정보요원을 은밀히 파견하여 정책정보를 수집하였던 것이다.

암행어사는 조선시대에만 존재했던 제도였다. 신라, 고려시대에도 지방 감찰을 목적으로 파견되는 관찰사나 어사가 있었으나 비밀리에 활동하는 관리는 없었다. 암행어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백성들의 고통을 탐지하는 데 있었고 탐지 방법은 염찰(廉察), 즉 일반 백성과 똑같은 복장을 하고 암행하며 자세히 살피는 것이었다.

암행어사 제도는 17~18세기 숙종 시대부터 영정조 시대까지 가장 많이 활용되었는데 당시 120년간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민심이 가장 안정되고 왕이 가장 정치를 잘했다고 평가받는 시기이다.

암행어사들은 비밀리에 지방을 살피고 중앙으로 돌아와 지역 곳곳에서 수집한 정책정보와 지방 수령 중심의 인물 보고를 왕에게 함으로써 왕의 눈과 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최근 국정원의 불법 도청 고백을 계기로 국내 정책정보 기능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정치권, 시민단체 등에서 백가쟁명식 처방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암행어사 제도가 보여주듯이 정책정보, 그 가운데서도 국내 정책정보는 최고통치권자에게 가장 요긴한 정보이다.

최고통치권자에게 가장 요긴한 정책정보를 국내외로 구분하여 국정원의 기능을 국외에만 한정시키는 것이 국가 발전에 유익한지는 신중히 검토해 볼 사안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운용 경험을 없애고 새로운 기능을 가진 정보체계를 새롭게 구축하는 데는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정보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우리 국민이 겪어야 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할 것이다. 죄를 지은 자는 엄격히 처단하되 교각살우의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택 한양대 지방자치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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