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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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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로 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

입력
2005.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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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63) 대법원장 후보자가 6년간 사법부를 이끌 책임자로 지명됐다. 모든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고 사법개혁까지 추진해야 할 대법원장이 ‘어떤 사람인가’ 못지않게 ‘어떤 법관인가’는 매우 중요하다.

이 후보자 자신도 18일 지명 직후 “언론이 판사의 성향이나 내렸던 판결 등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국민이 사법부에 애정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의 역대 판결을 되짚어 본다.

법대로 보다 현실감안

이용훈 후보자의 판결에는 법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기 보다 입법취지와 판결의 현실적 영향 등을 고려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음주운전 관련 판결을 보면 1991년 10월 서울고법 부장 시절 그는 ‘혈중알코올 농도 0.1% 이상이면 무조건 면허취소’하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행정기관의 업무처리 기준일 뿐이라고 보았다. “일반인의 면허 취소는 공익과 개인이 보게 될 피해를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며 택시운전사에 대한 취소 처분을 취소토록 판결했다.

반면 사촌동생 생일잔치에 갔다가 부득이 맥주 3잔을 마신 대학교수가 “사고도 안 냈는데 면허취소는 너무하다”고 낸 소송(96년 10월)에서는 “누구보다 법규를 지켜야 할 사회지도층 신분을 감안하면 취소는 지나치지 않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노동 관련 판결도 비슷하다. 95년 1월 ‘징계 않겠다’고 말로 약속했어도 서면합의가 없었다면 해고는 정당하다며 항소심 판결을 깨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97년 3월에는 “노조 전임자에게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2000년 6월에는 찬반 투표없이 파업을 주도한 노조 간부에게 “실질적 의사 결정이 있었다면 위법이 아니다”며 무죄를 선고해 비슷한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다른 대법관과 극명한 대비를 보였다.

판례변경ㆍ소수의견 많아

대법관 시절 그의 요청으로 판례변경을 위한 전원합의체가 자주 열렸고, 다른 주요사건에서는 소수의견(92건중 17건)도 많이 냈다. 기존 판례를 재해석하거나 변경하는데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20년 이상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 점유했더라도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97년8월), ‘우리 국민과 외국기업과의 법적 마찰도 우리 법원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다’(98년12월) 등은 그가 나서 판례를 바꾼 것들이다.

보통 환자에게 의사의 과실을 입증토록 했던 의료사고 소송에서도 의사가 과실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95년2월)했다. 부실 회계감사를 믿고 주식투자를 해 손해 본 투자자에게 회계법인도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첫 판결(97년9월)을 내놓기도 했다.

논란 여지 판결도

90년대 후반 유명한 치과의사 모녀 살해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해 98년 11월 무죄 원심을 깨고 ‘간접증거로도 범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 취지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이후 재심리 끝에 최종 무죄로 결론났다.

50년간 억압적인 결혼생활 끝에 황혼이혼 소송을 낸 할머니에게 엄격한 이혼사유를 적용(99년12월), 이혼을 불허해 여성단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가보안법 사범에는 비교적 엄한 처벌을 주문했다. 이를 두고 그의 독실한 기독교 신앙을 배경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소신있고 선 굵은 판결을 하면서 사회의 요구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고 평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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