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결혼준비와 유지를 위한 법’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 중ㆍ고등학생은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과 부부간 대화와 토론의 기술’이라는 과목을 학교에서 배우게 된다.
한나라당 허 천 의원은 ‘표준시에 관한 법’ 개정안을 11일 발의했다. 표준시의 기준인 표준자오선을 조선총독부가 정한 동경 135도에서 대한제국이 정한 127도 30분으로 되돌리자는 내용이다. 법이 통과되면 한국 시간은 30분 늦춰진다. 온 나라의 시계 바늘을 30분 씩 앞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다.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톡톡 튀는 이색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는 7월과 8월에만 219건이나 된다. 하루에 4건 이상의 제정안,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꼴이다. 물론 이 중엔 의원들이 언론과 특정 이익단체를 의식해 현실성과 적법성이 떨어지거나 “이런 걸 다 법으로 만들어야 되나…”하는 법안도 있다.
실생활 개선형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22일 ‘개똥녀’ 사건처럼 마녀사냥식 인터넷 보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사과나 해명을 관련 기사와 함께 싣는 것을 의무화해 네티즌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등은 담배를 피울 때 임산부나 어린이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 간접흡연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이달 초 발의했다. 한나라당 박찬숙 의원은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고 사실상 방조한 동승자에게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우리당 강창일 의원이 추진하는 민방위기본법 개정안은 민방위 교육훈련제도를 없애고 민방위 대상자의 나이를 45살에서 39살로 낮추는 내용.
‘어머니 의원’들의 입법 활동도 활발하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임산부에게 대중교통 요금 할인 혜택을 주는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편의증진보장법’ 개정안을, 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산부인과나 산후조리원 등에서 산모나 가족의 동의 없이 신생아에게 모유가 아닌 분유를 먹이지 못하게 하는 ‘젖먹이 건강증진법’을 제출했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국회 법사위에 회부된 법안을 심사할 때 법안 내용 뿐 아니라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등도 체크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시류 의식형
얼마 전 판문점 총기 사고 직후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은 “제대 사병에게 300만원의 퇴직금을 주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당 고경화, 송영선 의원도 “사병의 군생활 적응을 돕는 군 사회복지사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예산 뒷받침은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로 지적됐다.
MBC 방송의 알몸 노출 사건이 터지자 한나라당 심재철, 김충환, 우리당 신학용 의원이 저마다 방송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음란ㆍ패륜 방송으로 심의규정을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심 의원) 등에 처하겠다는 대동소이한 내용들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