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모든 무기를 장착했다.”
전반기의 호투에도 불구, 서재응을 마이너리그로 쫓아냈던 윌리 랜돌프 뉴욕메츠 감독이 서재응의 놀라운 변신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난 20일(한국시각) 워싱턴내셔널스전에서 시즌 5승(1패)째를 기록한 8이닝 4안타 무실점의 완벽호투를 계기로 서재응은 완전히 선발 자리싸움에서 벗어나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어깨를 견줄만한 에이스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일 메이저리그 복귀후 3게임에 등판, 무려 23과 3분의1이닝 동안 1실점으로 3연승을 거두며 ‘면도날보다 얇은’ 0.39의 경이적인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다.
‘컨트롤 아티스트’는 지난 4개월간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메츠의 포수 라몬 카스트로는 워싱턴에 1-0 완봉승을 거둔 후 “그는 모든 구질로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메이저리그의 베테랑투수처럼 보였다”고 경이를 표하기도 했다.
시즌 초 140km대의 직구와 체인지업 두 구질에 제구력 하나로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버텨냈던 서재응. 지난 5월5일 필리델피아 필리스전의 호투에도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것은 구질에 대한 감독의 불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눈물젖은 마이너리그 4개월간 그는 ‘움직이는 무기고’로 변신했다. 21세기 구질로 불리는 컷 패스트볼(일명 커터)과 일명 SF볼로 알려진 스플리트 핑거볼에 대한 제구력을 갖게 되면서 지난 3게임 동안 현란한 4색 구질로 메이저리그 강타자를 요리했다. 특히 직구와 비슷한 스피드로 오면서 홈플레이트에서 바깥쪽으로 휘며 떨어지는 컷 패스트볼 덕에 외야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맞는 비중이 줄고 내야땅볼로 처리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로 전반기 3게임에서 외야 플라이 비중이 70%를 넘었지만 워싱턴전에서는 30%대로 뚝 떨어지는 등 현저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워싱턴전에서 1-0으로 앞선 8회 1사 1, 3루의 역전위기에 몰렸을 때 랜돌프 감독이 한계투구수에 달한 서재응을 그대로 밀어붙인 것도 그에 대한 완전한 믿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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