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것은 버려야 할 무엇이 아니라 그 자체가 독특한 개성입니다. 세상에는 ‘불완전’이란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을 뿐이죠.”
젊은 디자이너 이상훈(32)씨가 서울 관훈동 대안공간 얼스 프로젝트에서 열고있는 첫 전시회 ‘I m perfect shop simulation’은 일반의 상식을 여지없이 깨는 이색 기획전이다.
깨진 접시들과 손잡이가 끊어진 가방, 제멋대로 찌그러진 유리컵들이, 사회적 잣대에서 벗어난 이들을 패배자로 취급하는 우리사회의 통속적 시각에 대항하듯 줄지어 늘어서 있다.
통 유리로 들여다보이는 찌그러진 물건들이 궁금한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만지며 묻는다. 이 찌그러지고 못 생긴 물건들에 대한 반응은? 뜻밖에도 “너무 예쁘다”이다.
이씨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물건의 기준에서 벗어나 이른바 ‘제품’ 목록에서 탈락한 것들을 찾아 다닌다. 6살 때 백혈병을 앓으면서 ‘평균 머리 숱을 가진 어린이’에서 제외된 그는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일반적 기준’에 집착해 왔다.
그러나 이씨는 그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회상한다. 오랫동안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완전함’이나 ‘표준’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었다.
홍익대에서 프로덕트디자인대학원을 마치고 2001년, 기존의 사물을 뒤집거나 꼬아서 전혀 새로운 것으로 창조해내는 네덜란드 작가 유르겐 베이가 있는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DAE)으로 무작정 날아갔다. 지도교수 유르겐 베이의 가르침과 그 자신의 경험들은 그만의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만든 상표가 ‘Imperfect(불완전한)’. 사회 속의 집단적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불완전성이 갖는 독특한 개성을 알리자는 의미다. 불완전성은 또 다른 시각에서는 완전성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 주제 ‘I m perfect…’는 ‘Imperfect’와 ‘I’m perfect’의 중의(重意)다.
“사소한 기계적 결함이나 사람의 실수, 생산이나 유통과정에서 예기치 못하게 만들어진 불완전한 제품들은 판매라인에서 거부돼 바로 파괴되지요. 기업은 이들에게 자존심 있는 자사의 상표를 붙인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이들을 보여주는 것도 원치 않아요. 물론 소비자들도 흐트러진 것들을 구입하지는 않지요.” 그는 이렇게 부당한 제품들을 고급스러운 보관함에 넣어 개성 있는 또 다른 제품으로 거듭나게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들로 하여금 불완전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부여토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제품들을 수집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적극 협조해주는 외국 기업들과는 달리 한국의 기업은 이런 제품들의 공개 자체를 극도로 꺼렸다.
100개의 한국기업에 협조를 부탁했으나 대부분 거절 당하고 결국 김포와 여주의 작은 공장 두 곳에서 유리컵과 도자기 제품을 협찬 받았다. 다행히 생활용품 제조업체인 독일 코지올(Koziol)사로부터 적극적인 후원을 받았다.
99%의 획일성에서 기계가 우연히 만들어낸 1%의 특별함이 그에겐 너무나 소중할 뿐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사회에 만연된 외양 지상주의를 비판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너그러운 사회가 되길 바라는 그의 마음이 담겨있다. 전시는 31일까지. (02)737-8808.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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