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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박은정 교수“잉카 문명엔 富개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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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박은정 교수“잉카 문명엔 富개념 없어”

입력
2005.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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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카문명에는 부(富)에 대한 개념이 없었어요. 죽은 뒤에 내가 번 돈은 공동체로 돌아간다고 믿었기 때문이지요.”

지난 17일 저녁 서울 명동 서울청소년문화교류센터(미지센터) 세미나실은 잉카 문화를 배우려는 청소년들로 가득찼다. 이날 ‘잉카 문명의 신화와 삶, 흥망성쇠’를 주제로 낯선 고대 제국 ‘탐험’을 이끌어준 안내자는 한국외국어대 외국학종합연구소 박은정 교수.

박 교수는 16세기 초 스페인의 침입을 받기 전까지 남미 안데스 지방을 지배했던 잉카문명을 다양한 유물 사진과 영상자료를 동원해 알기 쉽게 풀어나갔다.

미국 문학을 전공한 박 교수가 잉카 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2001년부터이다. 평소 아시아 문화와 인류학적으로 유사한 잉카 문화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그는 아메리카 원주민 등 소수 인종 문화를 연구하다 자연스레 잉카 문화 연구에까지 이르렀다.

작년 가을 이 센터에서 북아메리카 남서부의 푸에블로 인디언, 멕시코 고원지대의 아즈텍 인디언, 멕시코ㆍ과테말라 지역에 번창했던 마야 문명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고산지대라는 최악의 환경에서도 과학적인 농경 문화를 건설한 잉카제국이 멸망한 이유는 소수의 엘리트가 모든 정복민을 노예로 부리는 등 인력 활용에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잉카 문화가 우리에게 주는 여러 교훈도 의미가 있지만 잉카제국의 흥망성쇠를 통해 청소년들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연습을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강생 중에는 제 3세계 문화에 관심이 많은 회사원, 대학생들도 끼여 있다. 한국외대 김정호(경영 1년)씨는 “잉카 문화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드물었는데 이번 강의를 통해 스페인이라는 강대국에 의해 멸망한 잉카 제국의 비극을 알게 됐고 힘의 논리에 의한 문화 획일화의 문제도 실감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지현(24ㆍ여)씨는 “외부와 소통이 없는 문화의 멸망 과정을 보면서 우리 사회도 폐쇄된 사회가 아닌가 살피게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잉카 지역에서는 아직도 매년 6월이면 수도였던 쿠스코를 중심으로 ‘안티 라미’라는 태양제가 열린다”며 “세계인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고대 제국 잉카를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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