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湖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9월13일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간의 물밑 신경전이 치열하다.
중국과 러시아의 사상 첫 합동군사 훈련인‘평화의 사명 2005’가 진행중인 가운데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중국의 군사력 팽창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의 군사력 팽창 등을 두고 미국에서 끊임없이 제기돼온 ‘중국 위협론’에 국무장관이 직접 가세한 것이다. 중ㆍ러 합동훈련은 제1단계 도상훈련에 이어 21일부터 제2단계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라이스 장관은 뿐만 아니라 위안화 저평가 등 경제정책의 왜곡된 구조와 고질적인 문제점인 인권상황까지 거론하며 전방위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그간 라이스 장관이 미ㆍ중관계에 대해 ‘최고점에 있다’는 수사를 사용하기도 했던 점에 비추어보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때문에 우선 최근의 중ㆍ러 군사훈련이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폭발로 몰아 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라이스 장관이 경제 및 무역정책 등에 대해 “중국은 국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메이저 파워(대국)”라면서 “중국이 경제정책을 구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국제경제에 큰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뚜렷한 경계심을 읽을 수 있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후 주석의 방미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어서 파장이 더욱 미묘하다.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측이 중국 군사력 팽창에 대한 경고, 중 위안화 추가 절상을 위한 압력 등에서 기선잡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은 최근 위안화를 제한적으로 절상했으나 미 재계와 의회로부터는 ‘더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중국은 라이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논평을 자제하고 있다.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는 라이스 장관의 NYT인터뷰 내용만을 그대로 소개했을 뿐 해설성 기사는 다루지 않았다. 미측의 중국위협론 제기 등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여 온 중국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무시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은 위협론의 핵심인 대만 문제에서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 롄잔(連戰) 명예 주석과의 축전교환 등 화해 무드를 전하며 미의 공세에 우회적으로 맞서고 있다.
‘중국 위협론’은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외교 전략인‘화평굴기(和平掘起: 평화적인 정책으로 우뚝 선다)’가 현실화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 무역분쟁인 섬유 협상에서 미국은 대미(對美) 수출증가율을 연 7.5%로 제한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15%로 맞서고 있어 9월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타결책이 나올 지도 미지수다. 미국은 급증하는 중국산 섬유류의 수입을 실질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포괄적 수입제한 방안을 주장하지만 중국은 미국이 섬유협상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양국은 오랫동안 평행선을 달려왔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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