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농민들의 핵심건의사항 20건 중 대부분을 수용키로 했다.”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정부는 쌀협상 흥정 놀음을 즉각 중단하라.”
세계무역기구(WTO) 쌀협상 국회비준을 앞두고, 한동안 숨을 고르는 듯 했던 정부와 농민 사이의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당정은 얼마 전 농민단체 측이 제시한 핵심 건의사항 20개를 정책방향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수용키로 결정한 것은 올해 공공비축물량 확대, 쌀 고정직불금 단가 인상 등 16개 항에 달한다.
이에 대해 농민단체들은 “당정이 (우리들과) 합의하지도 않은 대책을 독단적으로 발표했다”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농민 측의 불만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가 쌀협상 비준안을 국회에 상정(25일)키로 결정한 19일 극에 달해 주말 내내 반대 성명이 쏟아졌다.
정부 대책은 기존의 ‘농업ㆍ농촌발전 기본 계획’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던 것들로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국회 비준을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비준과정을 앞두고 이런 저런 요구를 하는 농민단체들의 모양새 역시 엉거주춤해 보인다.
무엇보다 양측의 줄다리기가 혼란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농업 경쟁력 강화라는 가장 중요한 숙제를 아무도 챙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쌀시장 전면 개방이 유예된 앞으로의 10년이 우리 농업이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을 전략을 수립할 마지막 기회다. 국회 비준이라는 눈 앞의 산을 두고 농민과 정부가 싸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시계바늘은 돌아가고 있다. 1990년대초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그리고 그 이후 ‘잃어버린 10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른다
김신영 경제부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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