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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DMZ에 쏠린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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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실에서] DMZ에 쏠린 시선들

입력
2005.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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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면적은 3억 평, 6개의 강과 2개의 산맥이 이 땅을 지남. 사유지는 없으며, 자연생태환경 보전상태가 지극히 양호함. 바로 근거리에 인구 2,000만 선진 경제권 형성. 공시지가는 발표된 적 없으나 주변 지역 지가는 평당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며 정부가 개발계획을 세울 경우 일부 지역은 세계 최대 부동산투기 지역화 가능성 큼.

만약 이런 부동산이 있다면 어떻게 사용하는 게 좋을까. 남북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는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100만 대군이 긴장 속에 대치하고 있는 곳이지만, 동식물에게는 인간의 간섭이 전혀 없는 자유의 낙원이다. 비무장지대의 역사적 비극성과 자연생태적 아름다움은 1995년 고은씨의 시 ‘휴전선’의 두 연에 잘 나타나 있다.

●CNN 창설자 테드 터너도 관심

그러나 그 민족상잔의 포성이 멈추고/휴전선 비무장지대/ 그 피어린 땅

/ 나딩구는 해골과 함께/ 참을 수 없는 적막이었다.

거기에 우거졌다/ 거기에 우거진 숲으로/ 조국의 허리 온통 푸르렀다/ 거기에 담긴 물에/ 모기떼 헤엄쳤다/ 이 얼마나 가슴 아픈 감격인가/ 새들 날개접어 내려앉았다.

남북교류가 확산되면서 DMZ는 단절의 경계선에서 소통의 틈새로 변해가고 있다.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평화 및 환경운동의 상징으로 한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다. DMZ를 열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한 사람이 CNN 창설자 테드 터너다.

터너는 지난 며칠동안 전용비행기에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 등 10여명의 유력인사를 태우고 남북직항로를 이용하여 북한과 남한을 차례로 방문했다. 그가 남북한을 오가며 당국자들과 논의한 주제는 DMZ의 보전과 이용이라고 한다. 이 직관의 소유자가 DMZ와 북한을 처음 보고 무슨 생각을 떠올리고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24시간 뉴스채널이 지금은 세계적으로 일상사가 됐지만 1980년 터너가 미국 애틀란타에 CNN을 세울 때만 해도 미국인들도 3대 공중파 방송의 화려한 저녁 뉴스쇼를 보며 CNN이 잘 될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나 CNN은 뉴스보도의 혁명을 일으켰고 유엔 로비에서는 제6의 안보리상임이사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심지어 CNN의 오보(誤報)까지도 월가를 요동치게 한다.

세계의 권력자들은 CNN의 이 힘을 이용했다. 북핵 사태로 미국과 대치해온 북한의 김일성 부자도 CNN을 불러들여 유용하게 활용했다. 6자회담과 관련하여 북미관계가 결정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이 시점에서 CNN 창업자 테드 터너가 남북한을 넘나든 것은 시사점이 크다. “뉴스는 만드는 것이다”는 터너의 외침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터너는 현재 기업경영에서 물러나 있지만 터너재단 이사장으로서 평화 반전 반핵 환경보전 운동에 적극적이며 막대한 기부를 한다. 이런 맥락으로 보면 DMZ야말로 터너의 관심이 종합적으로 투영될 기막힌 적지(適地)다. DMZ와 남북관계에 ‘터너효과’가 나온다면 좋은 일이다.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에 기여할 테니까.

그러나 한국인 만큼 DMZ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비무장지대를 넘나들고 있다. 동쪽에서는 금강산 관광객이, 서쪽에서는 개성공단 관계 직원들이 그 틈새를 열고 있다. 비무장 지대를 넘을 때 카키색 인민군의 체크를 받는 기분, 북한에서 비무장 지대를 넘어 남쪽을 바라보는 기분, 모두가 야릇하다. DMZ의 생태환경은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인류 자연문화유산으로 보전을

비무장 지대의 공원화와 환경보전 문제는 오래 전에 시민운동 및 환경운동가 예술가 학자들에 의해 적잖이 논의되어 왔다. 이제 세계의 기운이 분단의 장벽을 치울 때가 됐음을 알리고 있다.

그러나 52년간 형성된 DMZ의 자연은 고은 시인이 읊은 대로 온통 푸르른 조국의 허리가 되었다. 그것은 탐스러운 부동산이 아니라 조국의, 그리고 전인류의 자연 및 문화 유산으로 보전가치를 지닌 것이다.

김수종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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