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는 결국 요하네스 본프레레 대표팀 감독을 경질할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축구가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독일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패한 뒤 “답답하다 못해 분통이 터진다” “본프레레 감독이 있는 한 두 번 다시 경기를 보지 않겠다” 는 팬들의 아우성이 들끓고 있다.
1년 1개월간 비전도, 색깔도 보여주지 못한 본프레레 감독에게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독일월드컵까지 맡겨 한국축구를 망치게 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축구협회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이르면 23일 기술위원회를 소집, 감독 교체를 포함한 한국축구 발전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그 동안 “현실적 대안이 없다” “독일월드컵까지는 물리적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의 이유로 유임쪽에 무게를 두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축구협회는 현 체제로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이상 신속히 행동에 옮기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궁지에 몰린 본프레레 감독은 이번에는 해외파까지 소집, 반드시 이기겠다고 공언한 경기에서도 패했다. 결국 그의 한계를 드러낸 만큼, 무능한 감독과 함께 본선에 나가 망신을 자초하느니 과감하게 새 출발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 동안 본프레레 감독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비전이 없다는 점. 승패는 차선의 문제다. 미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이 있다면 몇 차례의 패배는 더 큰 성공을 위한 보약일 수 있다.
히딩크 감독은 한때 ‘오대영 감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우리 선수들의 체력향상을 통해 4강 기적을 이뤘다. 당시 우리 선수의 체력은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대세였지만, 히딩크 감독은 모든 분야가 뒤지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빨리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가 체력이라고 보고 승부수를 던진 것.
그 결과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모든 선수들이 쉴새 없이 뛰는 토탈 사커로 한국축구를 4강 반열에 올려 놓았다. 김남일 송종국 등 수많은 신인들의 발굴은 물론 멀티플레이어 추구 등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줬다.
본프레레 감독은 지난해 7월 한국에 부임하면서 2002년 월드컵때 못지 않게 잘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우디전 패배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독일월드컵 16강 진출이 희망적”이라며 “이제 팀 조직만 다지면 된다며 좀 더 시간을 달라”고 요구했다.
사우디의 칼데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한국팀의 전술은 3월 (사우디 담맘 경기)과 별로 다른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순기 협회 기술위원은 “4개월전 원정에서 질 때와 이번 홈에서 패했을 때는 분명 전술이라도 달라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 뿐인가. 본프레레 감독은 경기전 사우디가 ‘선수비 후역습’ 전략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고 역습은 막겠다”고 호언했다. 하지만 상대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로 나오자 허둥지둥하며 3분만에 실점하고 말았다.
본프레레 감독도 사우디가 예상 밖으로 장신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워 수비진이 이를 막지 못하고 당황했다고 말해 전술대처가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이 밖에도 패배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는 것은 문화 차이라고 치자. 해외파나 선수들의 명성에 얽매이지 않고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하겠다고 누차 밝혔지만 말뿐이었다.
사우디전에서 보듯 컨디션이 좋지 않은 차두리 이영표를 선발 투입하는 고집을 부렸다. 졸전을 거듭한 동아시아대회 내내 지적된 선수교체 타이밍 부적절 등 수많은 문제점은 본프레레 감독 경질 이외에는 현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말해줬다. 고심을 거듭해온 축구협회는 잉글랜드 출신의 거물급 감독을 영입하는 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 北, 마지막 경기서 첫승 체면
북한이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첫 승을 거뒀다. 이로써 아시아에 배정된 4.5장의 본선 티켓 중 A조 1,2위를 차지한 사우디 아라비아와 한국, B조 1,2위에 오른 일본과 이란이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각 조 3위에 그친 우즈베키스탄과 바레인은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
북한은 18일(한국시각)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6차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터진 안철혁의 결승골로 바레인을 3-2로 꺾고 5연패 끝에 1승을 거뒀다.
한편 A조 최하위에 머물러 있던 우즈베키스탄은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서 드예파로프, 샤츠키흐, 솔리에프의 연속골로 3-2 역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우즈벡과 바레인은 내달 3일과 7일 홈앤드 어웨이로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승자는 북중미-카리브지역 예선 4위팀과 마지막으로 독일행 티켓을 다툰다.
여동은 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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