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빠져나가는 학생들을 농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기도교육청의 ‘돌아오는 농촌학교 만들기’ 사업이 실상은 학군 조정으로 인근 농촌지역의 학생 전학을 유도해 학생 수만 늘리는 사업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3년 시작된 이 사업에는 경기도, 경기도교육청 등의 예산이 모두 335억원이나 지원됐다.
19일 경기 연천교육청과 가평교육청에 따르면 연천 노곡초등학교와 은대초, 가평 마장초 등 ‘돌아오는 농촌학교’로 지정된 소규모 학교들은 이후 평균 30% 이상 학생 수가 늘었다. 그러나 이들 학교의 학생 수 증가는 통학구역 조정으로 인근 농촌지역 학생들이 전입학한 결과로 나타났다.
연천 은대초의 경우 전교생이 지난해 90명에서 올해 131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동두천시 등 인근 도시로 우수학생들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된 돌아오는 농촌학교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공동학구로 조정된 3㎞ 인근 전곡초 학구인 전곡읍 은대2리, 은대3리 지역 신입생들의 유입으로 인한 것이었다.
연천 노곡초도 학생 수가 지난해 65명에서 올해 93명으로 증가했으나 유입된 학생들은 농촌지역인 파주 적성, 연천지역에서 전입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3학급 32명까지 학생수가 감소해 폐교 직전까지 몰렸다가 올해 7학급 189명으로 증가한 가평 마장초는 같은 읍내에 위치한 가평초가 공동학구로 조정되면서 전입학생을 받아들인 덕택에 학생 수가 늘어났다.
당초 돌아오는 농촌학교 만들기 사업은 6학급 이하 소규모 농촌학교 50개교에 학교당 6억7,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해 원어민교사 배치, 통학버스 지원, 골프교실 설치 등으로 도시 못지않은 교육여건을 조성해 도시 학생들을 유치, 농촌 학교를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연천교육청 관계자는 “좋은 교육여건을 만들었다고 도시 학생이 농촌으로 전학을 해오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며 “다른 지역의 학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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