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불법도청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9일 도청 규명에 필요한 물증 확보를 위해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 청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수사기관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이다.
유재만 특수1부장을 포함, 검사 8명과 수사관, 민간인 통신장비 전문가 등 40여명은 이날 오전 9시4분께 국정원의 협조로 청사 안으로 들어가 도청 관련 물증이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곳을 수색했다.
국정원 본관은 모두 6개동으로 이뤄져 있으나, 사무실 위치나 구조 등은 기밀로 분류돼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날 밤 국정원 본관과 예산관련 부서, 도청관련 부서, 도청장비 설치장소 등을 대상으로 하는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
검찰은 2002년 10월에 해체된 감청 담당 부서인 과학보안국 후신에 해당하는 부서의 사무실을 집중적으로 수색, 휴대폰 감청과 관련한 자료가 있는지 확인했다. 이는 김대중 정부 시절 장비에 의해 이뤄진 불법도청 실태에 대한 국정원측 조사결과가 매우 부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원은 2002년 3월 휴대폰 불법감청을 전면 중단한 이후 감청장비를 모두 폐기했고, 관련 자료도 남아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도청과 관련한 물증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항상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한 조치를 하다 보면 뜻밖의 소득이 있을 수도 있다”며 “검찰로서는 상당히 어려운 수사를 끌어가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보기관의 입장에서 볼 때 압수수색은 매우 안타까운 일로서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정원의 불미스런 과거문제를 털고 새롭게 출발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