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기관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국정원 직원들은 내심 불쾌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그동안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일해 왔는데 과거의 잘못된 일로 압수수색까지 받게 된 데 대해 일부 직원들은 착잡함을 나타내기도 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국정원장이 이미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압수수색이 어느 정도 예견된 탓인지 국정원 직원들이 모여서 웅성거리거나 불안해 하는 모습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검찰에 협조하는 인력 외에 다른 직원들은 평상시대로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 데 따른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 K씨는 “국가정보기관 압수수색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며 “아무리 압수수색이 예상됐다지만 기분이 좋을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압수수색으로 정보가 노출되거나 합법적 감청업무 등에 지장이 생긴다면 날로 치열해지는 정보전쟁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른 직원 L씨는 “우리들은 자랑도, 해명도, 불평도 해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3NO’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숙명을 감내할 수밖에 없지만 잘못된 부분만 부각돼 일방적으로 매도당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차제에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과거 어두운 역사와 단절하고 밝은 이미지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치러야 할 홍역이 아닌가 싶다”며 “이번 검찰 수사를 계기로 직원들이 보안의식과 직업윤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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