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찰이 브라질 청년 제안 샤를레스 데 메네제스(27) 사살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 때문에 사면초가에 처했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테러용의자로 오인 사살한 사건 자체에 대한 충격도 컸지만 여기에 진상 은폐 의혹까지 겹치자, 이언 블레어 런던경시청장에 대한 사퇴 여론까지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8일 블레어 경시청장이 메네제스 사망 사건과 관련한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의 진상 조사를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고 보도했다.
블레어 경시청장은 사건이 발생한 7월22일 반테러 작전 수행을 이유로 메네제스 총격 사망 경위 조사와 관련 IPCC로 사건 인계를 재검토해달라고 내무부에 요청했고, IPCC의 진상 조사를 사흘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IPCC도 “런던경찰청이 초기에 IPCC의 조사 착수에 저항했다”고 밝혔다.
블레어 경시청장은 BBC 라디오4와의 인터뷰에서 IPCC 진상 조사의 재검토를 요구한 사실은 시인했으나 “당시 경찰은 메네제스가 자살 폭탄 테러범이라고 생각했다”며 진상 은폐 의혹은 부인했다.
이틀 전 ITV가 경찰의 발표와 달리 메네제스가 테러 용의자로 의심 받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총격 사살 당했다고 폭로한데 이어 진상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자, 피해자 측의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메네제스 유족 측은 사망 경위에 대한 공식 조사 개시에 앞서 ‘치명적인 지연’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공개 수사 및 블레어 경시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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