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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김정일 위원장 어디까지 가나

입력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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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막을 내린 8ㆍ15 민족 대축전은 숱한 화제와 논란을 낳았다.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축전기간 내내 북측 대표단은 동작동 국립묘지 참배, 국회 방문 등 냉전시대의 금기들을 깨는 파격으로 남한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선의로 보면 동족상잔의 상처를 치유하고 화해와 공존의 시대를 열자는 의지일 테지만 이를 당혹스럽게 또는 불편하게 받아드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北대표단 파격행보 눈길

‘6ㆍ17 김정일ㆍ정동영 면담’ 이후 북측의 대담한 드라이브가 정신 못 차리게 이어지고 있다. 6자회담 복귀를 비롯해서 남북경협의 대폭 확대, 수산ㆍ농업 분야의 협력, 백두산 관광 허용, 서해상과 비무장지대 긴장완화 조치 등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러한 조치들은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서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대남정책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궁극적으로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보수 성향의 북한 전문가들은 민족공조를 내세워 국면을 전환하거나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전술에 불과하다고 본다. 새로운 형태의 통일전선전술이며 주한미군 철수요구 등으로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체제 능력이 과연 남한 사회를 상대로 공세적인 통일전선 전술을 펼칠 수 있는 형편이 되는지 의심스럽다. 북한 정권에 그런 의지가 있을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남북간 체제 능력의 현격한 차이 때문에 먹히기 힘들다. 이런 구조 아래서는 남북간 접촉이 늘면 늘수록 삼투압현상처럼 남측의 영향력이 일방적으로 북측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8ㆍ15 축전 행사장에서 미군철수와 반미구호가 나왔다고 걱정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그 목소리들이 남한 사회의 대세로 자리잡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북측 대표단이 이번에 여기저기 거침 없는 발걸음을 했지만 그들 역시 남한사회로부터 받은 충격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은 남북의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통일을 기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남북 각각의 사정이 그렇고 주변국들도 이 같은 급격한 현상 변경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의 냉전적 시각으로 남북관계를 재단하는 것은 변화를 읽지 못하는 시대착오적 타성이다.

북한은 2002년 7ㆍ1 경제관리개선조치 이후 시장경제적 요소 도입을 통해 경제난 해소를 시도하고 있으나 구조적인 공급 부족으로 심각한 인플레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심각한 공급부족 사태는 외부의 자본과 기술의 도입 없이는 해결 불가능하다는 것이 북한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취하고 있는 수많은 공세적 조치들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가 아닐까. 지금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사회의 혼란보다는 남한의 지원이 훨씬 요긴할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으로 체제안정에 더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가 최근 들어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남한과 중국의 지원 없이는 지탱이 힘들다. 남한과 중국이 이미 북한체제 유지에 강력한 지렛대를 확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변화를 거부하기도 힘들지만 거부한다면 결국 자기만 손해다.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 보장 문제로 휴회에 들어간 4차 6자회담도 이런 흐름에서 보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의심보단 변화유도 바람직

물론 김 위원장 입장에서 핵 문제 해결 이후 밀어닥칠 개방물결과 이에 따른 체제유지 비용이 크게 두려울 수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김 위원장의 변화 의지에 회의를 표시할 것이 아니라 그의 변화를 적극 유도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개혁 개방이야말로 생존의 비전임을 깨닫도록 상황을 만들어 가자는 얘기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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