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이 자본주의 이론을 전공한 경영학 석사(MBA) 30명을 배출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9일 보도했다. 북한이 2002년 경제 개혁으로 외국 자본에 문호를 개방한데 이어 서구식 자본주의 경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에서 최근 처음으로 MBA 30명을 배출한 곳은 스위스 정부 산하 기업개발국(DCA)의 지원으로 설립, 사립으로 운영되는 ‘평양 비즈니스 스쿨’이다.
스위스 엔지니어링 그룹 ABB의 평양지사 대표이자 평양 유럽산업협회 회장인 펠릭스 에브트가 학장을 맡고 오스트리아 철도 부품업체 SKF, 다국적 은행 등이 강사진을 파견하고 있다.
북한에 진출한 서구 기업들이 경제 발전과 수준 높은 경영 인재 확보를 위해 세운 경영대학원으로, 북한에 자본주의 경영 이론을 전파하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주체사상과 마르크스, 레닌의 사회주의 이론만을 학습해온 북한의 학생들에게 시장 분석, 구매자 행동, 전자상거래 등 서구의 자본주의 경영 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커리큘럼도 ‘국제 상법 개론’ ‘전략 경영’ 등으로 짜여졌다.
이번에 졸업한 30명은 국영 구두제조업체, 제약회사 등의 노동자들이다. 첫 졸업생 강천일씨는 “여기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 등의 첨단 기술을 배웠다”며 “북한 경제와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FT는 북한의 어린이들도 장래 희망으로 ‘사업가’를 꼽고 있다며, 자본주의가 서서히 침투하고 있는 북한 사회의 변화상을 전했다. 평양경영대학원 뿐만 아니라 북한의 다른 대학들도 주체사상에만 집중했던 커리큘럼에 변화를 시도하며 자본주의 이론 강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60년 가까이 사회주의 체제를 고수하며 외부 사회에 빗장을 걸어 잠갔던 북한 경제의 체질이 2~3년 만에 180도 바뀌기는 수월치 않다. 북한에선 자본주의 이론의 핵심인 ‘이윤’ 개념이 생소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시키는 일부터가 간단치 않다. 외국 투자자들도 북한 파트너들이 사회주의의 단점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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