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의 기간당원제에 이어 한나라당도 책임당원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혼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은 지지자들을 책임당원으로 등록시키기 위해 당비 대납 등 각종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2월 의원 연찬회에서 월 2,000원 이상 6개월 연속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에게만 당내 경선선거권을 부여하기로 하고 책임당원을 전국적으로 모집 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당내 경선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돼있다는 점.
당내 경선이 내년 3월 초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에 특별당원이 돼 선거권을 행사하려면 늦어도 9월초부터는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출마희망자들은 자신의 지지자를 가능한 많이 책임당원으로 만들기 위해 당비 대납 등 탈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혼탁양상은 ‘경선 통과=당선’이라는 영남에서 보다 심각하다. 일부 지역에선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책임당원으로 등록돼 당비가 구좌에서 빠져 나가는 바람에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대납을 막기 위해 휴대폰이나 자동이체로 당비를 납부케 했지만, 출마희망자들은 미리 지지자들에게 돈을 주고 책임당원으로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영남에서 광역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모 후보는 노골적으로 “5만 명의 책임당원을 확보하겠다”고 공언, 빈축을 사고 있다.
책임당원 등록에 대한 대가와 모집 인건비 등 부대비용도 엄청나 경선이 실시되기도 전에 금권시비가 감당못할 수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당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당황하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표는 18일 “금품이 오가는 불법적인 일이 일어날 경우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등 공천심사제도를 보완하겠다”고 경고했다. 당 지도부는 이와 함께 경선의 부작용을 고려, 기초 의원과 단체장의 경우 경선 대신 지명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혁신위와 상당수 의원들은 “여당에서 경선 후 당원이 대거 탈당하는 문제가 발생한 만큼 책임당원에만 선거권을 주는 방식은 안 된다”며 책임당원제를 반대하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조짐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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