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가 정치자금을 실사한 결과 정치자금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임원 명의로 회사 돈을 기부한 것이 적발돼 무더기 고발되기도 했다. 실사결과를 토대로 한 대책보완이 절실하다.
▦지능화된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
선관위가 19일 발표한 정치자금 수입ㆍ지출과 관련한 지난해 위법사례는 모두 242건으로 2003년의 440건에 비해 수적으론 줄었다. 하지만 정치권이 정경유착을 막겠다며 스스로 선택한 법인ㆍ단체의 정치자금 기부금지 조항을 어긴 사례가 대거 적발되는 등 기업의 불법후원은 근절되지 않았다.
선관위가 고발한 대한항공 사례는 사실상 자금 추적에 대비해 ‘돈 세탁’까지 거치는 등 매우 지능화했다. 대한항공은 자금출처를 감추기 위해 경영전략본부장이 재무본부를 통해 5개 부서에 자금을 나눠 송금한 뒤 해당 부서로 하여금 이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다시 경영전략본부에 전달토록 하는 수법으로 돈을 마련했다. 사장과 임원 12명은 이 돈을 각자가 맡은 여야 정치인 49명에게 후원금으로 냈다.
기업인 A씨의 경우 개인 기부한도인 2,000만원보다 많은 3,300만원을 제공했는데 한도초과를 피할 목적으로 이중 1,500만원은 현금으로 제공했다가 적발돼 검찰에 고발됐다. 기업인이 자신의 비서나 임원 부인 등의 명의로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례도 일부 적발됐다.
▦여전한 국고보조금 전용
혈세로 각 정당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의 전용도 여전했다. 개인차량 수리비와 유흥비가로 쓴 경우도 각각 24건과 4건이나 됐다. 당원 기념품 구입비나 후원회 경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까지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한 경우도 있었다.
선관위가 부적절한 사용을 이유로 추후에 감액해서 지급키로 한 2억9,000여만원 중 1억9,000여만원은 사무처 직원 들에게 과도하게 지급된 보수였다. 당비를 포함한 각종 정치자금 역시 국회의원 동창회비와 당 간부들의 경조사비, 주정차 위반 과태료 등으로 사용된 사례가 없지않았다.
▦시급한 법과 제도의 개선
고액기부자 명단이 공개된 지난 3월에는 개인으로 위장한 기업자금이 많았을 것이란 의혹이 컸다. 이 같은 위장된 정치자금을 막기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 정치자금법에 정해진 대로 고액기부자 명단을 공개할 경우 직장명과 직책까지 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회사원’이라고 적거나 아예 기재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선관위에 제한적인 계좌확인권을 부여하자는 주장도 적지 않다. 선관위는 당초 불법자금 제공의혹을 받았던 몇몇 대기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조사조차 벌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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