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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5) 고혈압 약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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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 교수의 가정주치의] (5) 고혈압 약에 대한 오해

입력
2005.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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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 환자들이 갖고 있는 의문과 오해를 설명하고 바로잡고자 합니다.

약을 한 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해서 시작하기가 두렵다는 말을 흔히 듣습니다. 고혈압이 특별한 원인이 있는 2차성 고혈압이면 그 원인을 제거해 완치가 됩니다만, 그렇지 않은 1차성 고혈압이라면 생활습관 개선으로 정상 혈압을 유지하지 못하는 한에는 약물복용을 피할 수 없습니다.

평생 약을 먹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지만 고혈압을 관리해 합병증을 예방하려면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일단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분도 혈압이 좋아지면 약을 끊어도 되는지 많이 묻습니다. 약을 며칠 먹지 않아도 혈압이 정상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끊기로 작심하거나 약을 먹지 않아도 조절되는지 시험해 본다고 며칠씩 약을 끊어보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 경우 바로 혈압이 올라가지 않으니까 약 없이 조절된다고 오해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만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서서히, 기간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원래 높았던 혈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약을 쓰다가 중단해도 괜찮은 경우도 가끔 봅니다. 예를 들어 아주 비만 상태였고 술 담배도 많이 하던 사람이 운동과 식사조절, 금연, 절주로 정상체중을 유지하게 되었다면 약물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아도 혈압이 정상을 유지할 수도 있습니다. 즉 혈압약의 복용 여부는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그 결과로 혈압을 낮추었는가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하겠습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혈압이 있기 마련이니 그냥 지내도 될 것 같다고 고집을 부리는 어르신들도 있습니다. 고혈압의 진단 기준은 나이에 관계없이 정해져 있습니다.

어느 나이 이상이면 혈압 치료가 더 이상 필요 없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정 연령 상한도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노인층도 혈압 치료의 목표는 여전히 140/90 미만입니다.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많은 연구에서 혈압치료로 심장과 혈관의 합병증과 사망률을 낮춘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혈압이 좀 높긴 하지만 증상이 없어서 아직 약을 먹지 않는다는 분도 있는데 이것은 큰 오해입니다. 고혈압은 대개 증상이 없습니다. 증상이 없더라도 고혈압으로 진단되었으면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흔히 어지럽다, 뒷목이 당긴다, 뻣뻣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화끈거린다, 뒷머리가 아프다는 증상을 고혈압의 증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을 때 혈압을 재 보아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혈압이 실제 높아도 이런 증상을 못 느끼는 사람이 훨씬 많습니다. 또 이런 증상은 혈압이 정상인 사람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아주 심한 악성 고혈압에서 두통이나 시력 장애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드문 일입니다. 따라서 결론은 어떤 증상이 있다고 고혈압과 관련시키지 말고, 반대로 증상이 없다고 고혈압이 없는 것으로 속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혈압은 조금 무시무시한 말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칭을 갖고 있습니다.

약 복용을 꺼리는 분 중에 상당수는 고혈압 약제의 장기 복용으로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물론 고혈압 약제도 각 약제의 특성에 따라 주의해야 할 부작용도 있고 환자의 특성에 따라 피해야 할 약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혈압 치료제로 시판되는 약물은 단순히 혈압 강하 효과뿐 아니라 장기적인 복용으로 합병증 발생을 줄이고 더 나아가 심혈관계통으로 인한 질병 사망률을 줄인 약입니다.

생활습관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약물 복용을 하건 안 하건 필요한 일입니다. 약 복용 여부는 그런 생활습관개선의 효과를 따져본 후 결정하면 됩니다.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압이 떨어지길 기대하지만 실제 효과가 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마냥 거기에 매달리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약물치료 중에 약 가지 수가 늘면 상태가 더 좋지 않다는 뜻으로 알고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약제로 혈압이 잘 조절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약제를 병용하는 경우도 많고, 이러한 병용요법이 더 효과가 뛰어나고 다른 합병증 예방 효과도 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약 가지 수가 늘었다고 걱정하는 분은 의사의 처방에 거부감을 갖기보다 각각의 약이 어떤 효능을 보고자 쓰는지 의사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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