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의 미국 중간선거를 놓고 집권당인 공화당이 벌집 쑤신 듯 난리다. 대선 승리, 상ㆍ하원 장악 등에 고무돼 ‘공화당 30년 집권시대를 열었다’고 흥분하던 6개월 여 전과는 딴판이다. 공화당 의원들 간 분열이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외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중진의원도 적지 않다.
위기의식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은 국제유가다. 이라크 전쟁 등 정책실패로 부글부글 끓던 민심에 치솟은 기름값이 불을 붙인 것이다. 갤런 당 2달러를 넘는 휘발유가는 미국 국민으로서는 어떤 이유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다. 기름을 넣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이 많아 주유소들은 감시카메라까지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비해 무려 70%나 오른 휘발유 값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인 루이지애나나 텍사스에서까지 민심이반을 부를 만큼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18일 지역구인 루이지애나를 순회하면서 고유가와 이라크 전에 대한 흉흉한 민심을 확인한 공화당의 중진 척 헤이글 상원의원은 “이라크가 베트남화하고 있다”며 “대통령이 크로포드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신디 시한을 만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고 백악관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성난 민심을 달랠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집권 2기 중간선거는 집권당이 대패한 경우가 많다는 전례까지 감안하면 내년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당의 인식이다.
고유가 문제는 부시 대통령의 대외전략, 특히 중동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동지역에 대한 정책이 난맥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부시 정부가 고유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논리가 국민에게 먹혀 들고 있다. 17일 이라크 반전시위에는 미 전역에서 6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반전여론은 국제유가와 비례해 고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실정이다.
앞으로의 상황도 미국에 호의적이지 않다. 4개 산유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악재가 터질 태세다. 이란은 미국이 안보리 카드를 고집한다면 석유를 무기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신임 압둘라 국왕이 즉위한 이후 테러경보가 잇따라 미국 대사관과 총영사관이 한 때 폐쇄됐다.
이라크는 저항세력의 공격 등으로 헌법초안 작성시한을 넘기는 등 혼미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반미노선을 추구하는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대미 석유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위의 대미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는 하루 150만 배럴의 원유를 미국에 공급하고 있다.
일각에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베트남 전 말기 린든 존슨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슷할 정도로 추락해 이라크 전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릴 시기가 다가왔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고집을 꺾을 기세가 아니어서 공화당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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