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무명의 중국 인터넷 검색업체 때문에 뉴욕 증시가 발칵 뒤집혔다. ‘중국판 구글(google)’로 불려온 바이두닷컴(www.baidu.com)이 나스닥에 상장돼 거래를 시작한 5일, 주가가 단번에 공모가의 4.5배인 122.54달러로 치솟은 것이다. 거래 첫날 상승률로는 사상 두번째인 이 같은 기록으로 바이두의 시가총액은 40억달러를 훌쩍 넘어섰고, 이 회사를 만든 37세의 리옌홍(李彦宏ㆍ미국명 로빈 리) 회장은 25%의 지분으로 10억달러대의 갑부 반열에 성큼 올라섰다.
▦송시(宋詩)에서 ‘백번이고 천번이고, 끝없이 이상을 찾아 나선다’는 뜻을 가진 ‘바이두(百度)’에 대한 이 같은 열광은 중국 인터넷 시장의 잠재력에서 비롯됐다. 6월 말로 1억명을 넘어선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 규모는 미국(1억3,500만명)에 이은 세계 2위지만, 기하급수적 성장으로 2007년이면 1억9,000만명으로 미국을 성큼 앞지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광대한 시장에서 바이두는 이미 야후와 구글을 제치고 37%의 점유률을 갖고 있다. 베이징대를 나와 버팔로 뉴욕주립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해외유학파(海歸派)’ 리 회장이 1999년 중국어 기반의 검색엔진 회사를 차리고 2001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4년만의 성과다.
▦얼마 전 중국해양석유(CNOOC)의 미국 9위 석유업체인 유노칼 인수시도로 깜짝 놀란 미국인들은 바이두로 인해 두번 놀랐다. 그 놀람은 이제 “뉴욕 맨하턴의 월 스트리트가 조만간 그레이트 월 스트리트로 간판을 바꿔달 게 될 것”이라는 자조와 경계심으로 드러난다.
‘그레이트 월(Great Wall)’은 만리장성의 영어표현이다. “뉴욕 금융시장은 그린스펀 FRB의장이 아니라 중국 인민은행에 좌우된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온다. 그린스펀이 ‘수수께끼(conundrum)’라고 언급한 장기금리 하락도 ‘세계의 금고’로 떠오른 중국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세계 경제의 중심축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것에 대한 역풍도 거세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단체인 경제안보점검위원회는 ‘바이두 열풍’과 ‘CNOOC 파문’을 의식한 듯 최근 “중국기업이 미국 시장에 거품을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며 감독당국의 주의ㆍ관찰을 주문했다. 지난해 매출 11조원에 3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요즘 중국의 돌진속도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혁신과 창의는 그런 고민에서 나옴을 정부는 알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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