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순간적인 착각을 할 때가 있다. 집안 정리를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텔레비전 리모컨을 부엌으로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두기도 한다. 이것이 건망증과 겹치면 상황은 조금 심각해진다. 서울 동쪽 끝에서 서쪽 끝에 사는 친구 집에 모처럼 자기 자동차로 운전해 놀러가서는 돌아올 때 자동차를 그곳 주차장에 세워둔 채 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이런 것이 나이든 어른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도 컴퓨터 옆에 놓아둔 핸드폰을 마우스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아차, 이게 아니지 할 때가 있다. 며칠 전 어떤 모임에 나갔다가 전화기인 줄 알고 무선 마우스를 주머니에 넣어온 젊은이를 본 적도 있다.
차이는 아이들이 그러면 그 자체로 한번 유쾌하게 웃고 마는데, 어른이 그러면 내가 왜 이러지 하고 기분이 씁쓰레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기껏 커피를 타서 그것을 식탁에 놓아두고 그냥 빈손으로 서재로 돌아올 때 많다. 뒤늦게 식은 커피를 보고 아차, 왜 이러지, 하는 것이다.
그러나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물으니 이런 것은 누구나 조금씩 다 가지고 있는 현상이라고 한다. 쓸쓸한 일도 길 위의 동지가 많으면 외롭지 않은 법이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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