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경선으로 치러지는 이집트 대통령 선거와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처음 실시되는 아프가니스탄 총선이 17일 일제히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민주주의 토양을 가늠할 시험대가 된다는 점에서 양국의 선거는 체제의 중요한 분수령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불평등한 선거 시스템, 진보성향 후보들에 대한 물리적 위협 등으로 ‘무늬만 선거’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다음달 7일 실시되는 이집트 대선은 호스니 무바라크 현 대통령을 비롯, 야권 후보 등 10명이 출사표를 던져 형식적으로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1981년 이후 첫 민주경선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무바라크의 국민민주당(NDP)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에서 단일 후보를 지명하면 국민투표로 가부를 결정짓는 방식이었다.
무바라크 대통령을 제외한 9명의 후보 중 주목되는 인물은 진보정당인 ‘가드’(내일이라는 뜻)의 아이만 누르 후보와 ‘와프드’당의 누만 구마아 후보 정도지만, 이들도 정권교체를 끌어낼 대안후보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무바라크 대통령의 명분만 더 공고하게 하는 ‘들러리 후보’라는 원색적 비난이 나도는가 하면, 그나마 야권 후보가 현 대통령에 대항했다는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유세 첫날인 17일 무바라크 대통령은 주요 일간지에 전면 정치광고를 내는 것으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누르 후보는 수도 카이로의 밥 알 사리아 지역에서 당의 상징인 오렌지색 옷을 입은 수백명의 지지자들에게 ‘내년 개헌 국민투표, 2007년 대선 실시’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다음달 18일 총선과 지방선거를 치르는 아프간은 72개 정당에서 무려 6,000여명의 후보가 난립하는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체 249개 의석 중 33명의 의원을 뽑는 수도 카불의 경우 400명이 출마해 평균 12대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후보 난립과는 대조적으로 탈레반의 영향력이 아직 막강한 남부지역은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에 대한 테러위협으로 분위기가 흉흉하다. 탈레반 무장 게릴라들이 ‘선거행위에 연루된 자’에 대한 무차별 테러를 공언하고 있어 이 지역 후보들은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문 밖 출입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여성 후보들이 느끼는 신체적 위협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아프간 정부는 총선과 지방의회 의석 중 4분의 1을 여성으로 할당해 여성의 정치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치안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많은 여성 후보들이 거리로 나설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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