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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통크족' 60대 부부의 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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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패밀리 - '통크족' 60대 부부의 세상살이

입력
2005.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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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과 떨어져 사는 노인 단독세대가 급증하고 있다. 며느리와 손주들 눈치보고 사느니 경제적 능력만 되면 따로 사는 게 마음 편한 노인들이다. 그들은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취미와 여가를 즐기며 ‘제2의 신혼’을 누린다.

자녀에게 부양받기를 거부하고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일명 ‘통크족(TONK; Two Only No Kids)’, 김길원(66ㆍ㈜서윤상사 대표)-전정자(62)부부의 여름나기를 들여다봤다.

“지난 주말엔 산책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어 그 길로 차 몰고 속초에 갔어요. 짐도 안 싸 가지고 말이죠. 바다도 보고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데요.”

지긋한 나이만 아니라면 김길원-전정자 부부는 영락없는 신세대 커플이다. 주말에 갑자기 가고싶은 곳이 생기면 어디든 직행한다. 둘 다 여행을 좋아해 마음이 통하는 날에는 눈짓 한번이면 미련없이 서울을 떠난다.

올해로 결혼한지 36년째, 차로 10분 거리에 큰아들 상범(35)과 작은아들 찬준(33)씨 부부, 토끼 같은 손녀들이 살고 있지만 그들은 둘만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도 재미있지만 우린 사실 둘만의 여행을 더 좋아해요. 여행이란 게 자연속에서 내 삶을 음미해보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돌아오는 것인데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신경이 분산되거든.”

지난 주에는 여름휴가차 5일간 미국 알래스카를 여행했다. 늘 그렇듯이 세계지도를 펴놓고 어디를 가볼까 궁리하다가 광활한 동토의 매력에 이끌렸다. 여행지만해도 남미를 제외하고는 세계 곳곳을 거의 다 가봤다.

여행은 두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수단이다. 평소에도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특히 여행길에 뻥 뚫린 고속도로를 내달리며 속내를 죄 터놓는다.

남편 김씨는 33년간 운영해온 소규모 모직물 수입 사업과 관련한 모든 일을 아내와 상의한다. 실무능력이야 당연히 김씨가 앞서지만 그는 아내의 ‘큰 그림보기’와 ‘멀리보는’ 능력을 인정한다. “사업이 결정적으로 어려워 접었던 적도 있지요.

그때마다 아내는 ‘그래도 당신뒤는 내가 있다’며 힘을 줬어요. 조그만 사업이지만 이만큼 굴곡 없이 키운 데는 아내의 도움이 큰 힘이 됐습니다.”

두 사람은 ‘우리 삶은 우리가 책임지자, 자식에게 기대지 말자’고 결혼 초부터 합의했다. 덕분에 남보다 일찍 노후설계를 시작했고 두 아들에게도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일찌감치 선언했다.

차근차근 준비한 덕에 분당에 50평짜리 집도 장만했고 그럭저럭 두 사람의 노후를 보장해줄 돈도 마련했다. 생일날 자식들이 주는 선물외에는 용돈을 받는 것도 싫어한다.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완전한 독립이기 때문이다.

요즘 전씨는 서양미술사 공부에, 김씨는 바둑 두기에 각자 푹 빠져 지낸다. “어휴, 취미가 어떻게 100% 딱 맞겠어요? 남편은 전시나 공연, 영화 보기는 썩 안 좋아해요. 나도 바둑은 별로 안좋구요. 그럴 때는 또 각자의 시간을 인정해주죠. 서로 자기 하고싶은 것만 하자고 할 수는 없잖아요.” 대신 매일 아침 손잡고 산책하기는 10년째 함께 한다.

자식들도 그들의 인생관을 알기에 바로 옆에 살면서도 손녀들을 봐 달라고 아무때나 데려오지 않는다. 가끔씩 부득이하게 일이 있을 때는 미리 약속을 정해 아이들을 봐 준다. 이렇게 부탁 받는 것도 1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단다.

“몇 년전 딱 한번, 모임이 있어서 막 나가려는 데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급한 일이니 아이 좀 몇 시간만 봐 달라고요. 남편은 안 된다며 빨리 나가자는 거에요. 우리도 급하다며. 하하. 정말 진정한 통크족이죠?”

김씨는 하고 있는 사업 실무를 내년부터는 후배들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쉴 생각이다. 아내와 더 많이 여행을 가고 취미활동도 늘리고 싶다.

“진정한 통크족이 되려면요, 부부사이가 좋아야해요. 사랑은 결국 ‘노력’ 입니다. 다들 알고 있는 얘기지만 완벽한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상대의 장점을 크게 봐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그러면 그의 매력에 평생 빠질 수 있답니다.” 40년 가까이를 함께 살았어도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김씨의 조언이다.

조윤정기자 yj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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