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X파일’에 들어있는 삼성 ‘떡값’ 수수 검사 중 한 명으로 의혹을 받아온 김상희 법무부 차관이 18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관은 그러나 삼성에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김 차관은 ‘사퇴의 말씀’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은 저의 고종 6촌형(홍씨의 어머니가 김 차관의 5촌 고모)인 친족관계로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사이였지만, 1997년 9월께 홍 전 회장이 저에게 떡값을 주겠다고 말했다는 (도청테이프) 내용은 억울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94년경 홍씨가 중앙일보 사장에 취임한 후로는 자주 만날 입장이 아니었다”며 “삼성이나 중앙일보의 홍 전 회장으로부터 어떠한 명목으로든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또 “97년 9월에는 ‘X파일’ 내용처럼 대검 수사기획관이 아니라 동부지청 차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며 “(자신의 연루 소식을) 처음 전해 듣는 순간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는 말했다.
김 차관은 “경위야 어떻든 제가 법무차관직에 있는 관계로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조금이라도 손상이 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30여년간 봉직해온 공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차관의 사퇴는 이날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X파일’에 등장하는 검사 7명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하지만 김 차관은 이미 7월21일 ‘X파일’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사실을 알고 적절한 사퇴시기를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김 차관이 이 달 7일 사퇴하려고 했으나 새로 부임한 천정배 장관의 업무파악을 돕느라 시기가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의 사퇴로 조만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직 인사가 불가피해졌다. ‘X파일’에 등장하는 또 다른 고검장급 인사가 김 차관에 이어 거취를 표명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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