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언론과의 창조적 경쟁ㆍ협력 관계 설정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언론사 정치부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였다. 언론이 정권에 대한 비판과 견제만이 아니라 대안 경쟁도 하고 방향에 대한 논쟁도 하면서 합의를 찾아가는 데 참여하자는 주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는 언론에 대한 유감과 원망이 묻어나는 대목도 많아 아직 언론에 대한 앙금을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내가 보기에 심각한 문제, 이대로 방치하면 장차 위기로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제기하면 언론은 냉담하고 국민도 냉담한 것 같다”는 언급 등이 그것이다.
“냉담한 데 그치지 않고 문제의 본질 밖에 있는 갈등만 부각돼 마치 내가 싸움을 건 것처럼 비쳐서 힘들 때가 많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대연정 제안과 불법 도청사건에 대한 언급, 국가권력 남용사건에 대한 시효 배제 발언 등 많은 논란을 야기한 보도들에 대한 유감 표시다.
노 대통령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말했으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의문이다. 대통령의 제안이나 국정현안에 대한 언론 보도가 왜 비판적인지에 대해 진정한 성찰이 있었는지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준다고 원망하기에 앞서 어떻게 언론과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을지 진지한 고민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노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더욱 격하게 언론보도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는데 이런 심정이 바뀌지 않는 한 언론과 국민에 가까이 가기 어렵다. 노 대통령이 이날 야당과 일반국민의 지지를 못 받는 대연정을 위한 정치협상을 부득불 제의하고 나선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통령은 자신의 신념과 생각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국민여론을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마침 청와대비서실장을 교체한다고 하니 새로운 비서실 체제가 대통령과 언론, 나아가 국민들과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진용을 갖추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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