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미국의 골드러시 때처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수백 개의 개발구내에서 수천 개의 한국 업체들이 이미 공장을 지어서 운영을 하고 있거나 건설 중이다.
대기업의 경우 계획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지만, 중소 기업들은 전문지식과 인력 부족 등으로 ‘감(感)’에 의존하거나, ‘하면 된다’는 뚝심만으로 일을 진행해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개발구의 공무원들에게 모든 것을 위탁하여, 결과적으로 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에서 공장을 건설할 경우 언어, 복잡한 인허가 절차 등으로 어려움이 있지만,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훨씬 성공적으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장 및 빌딩 건설등에 대한 건설사업관리(CM) 서비스를 해 온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공장을 지어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유의해야 할 핵심 사항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우선, 일괄하도급을 지양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과거 국내 및 외국에서 만들어진 공장도면만 가지고, 평당 일정액수로 계산하여 전체 건설에 대해 총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설계변경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결국은 중국건설업체의 요구대로 끌려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둘째, 중국건설업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공장 건설 시에 시공업체가 중국건축총공사(中建) 또는 상해건축공정유한회사(上海建工) 등 큰 회사라서 믿을만하다고 무조건 믿고 맡기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중국건축공사는 중국 정부 내 하나의 건설회사 그룹을 의미하는 것으로 실제 우리가 생각하는 개념의 회사는 중국건축공사 산하의 몇 개의 국(8국까지 있음) 또는 그 산하의 분공사(分公司)들이다.
셋째, 중소규모 공장 건설의 경우 대개 항목경리(項目經理ㆍProject Manager)가 모든 일을 주관하게 된다. 유의해야 할 것은 회사에 약간의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 명의의 면허를 빌려 실질적으로 개인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넷째, 중국에는 8,000 여 개의 개발구가 서로 기업체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토지선정 시에는 토지 자체와 주변 기간설비, 임대 조건뿐만 아니라, 각종 세제혜택 등을 고려해 여러 지역을 잘 비교한 후, 용도에 맞게 최적의 여건을 갖춘 토지를 획득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에는 생각보다 우수한 인적, 물적 자원들도 많이 있다. 특히 현지법규에 관련된 사항은 현지 소싱(sourcing)이 최적임을 명심하자.
여섯째, 국내 기업들이 생각하는 품질과 시공방법 등에 대해서 문서로 명확하게 요구하지 않을 경우 문제 발생의 소지가 많다. 이는 우리와 중국의 건설 관행과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칸막이가 없는 화장실 또는 벽을 쌓아 이를 거푸집으로 이용해 기둥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등의 건설 관행은 아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모든 건설공사에 있어, 최종품질은 골조공사가 아닌 마감공사에서 좌우되므로 이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특히 중국에서는 90%의 공사를 잘하고도 10%의 마감을 실패하여 최종적으로 공사를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국건설업체들은 골조공사 부분에서는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으나 마감공사에 있어서는 경험부족으로 아직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헌흥 한미파슨스 중국법인 법인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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