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낸 이용훈 공직자윤리위원장을 새 대법원장에 지명했다. 사법부 안팎에서 다양한 성향과 배경의 후보가 거론된 것에 비춰, 크게 무리하지 않은 인선이라고 본다.
그러나 새 대법원장이 전에 없이 막중한 책무를 감당하게 될 것을 생각할 때, 국회 동의를 위한 인사청문 절차의 중요성 또한 어느 때보다 크다. 이 대법원장 후보자와 정치권 모두 깊이 새길 일이다.
대법원장 인선이 일찍부터 주목된 것은 사법부가 쇄신과 변화의 거센 물살 앞에 선 때문이다. 당장 사법부의 고유 임무인 재판 절차의 민주화 등 사법체계 전반의 개혁과제를 안고 있다.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어려운 작업이다. 특히 새 대법원장이 내년까지 물러나는 대법관 9명의 후임을 제청, 시대 요구에 걸맞은 사법부의 변화를 주도하게 된 사실은 역대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을 짊어진 것을 상징한다.
이 대법원장 후보자는 원칙을 중시하는 뛰어난 법률 이론가인 동시에 강직한 소신과 개혁 성향이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대통령 탄핵사건 변호를 맡은 것은 결격사유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안팎으로 숱한 과제를 앞둔 사법부를 이끌만한 능력과 경륜을 갖췄다는 얘기다.
그러나 새 대법원장의 가장 어려운 과제는 사법개혁의 궁극적 이상인 민주적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수호하는 것이 될 것이다. 대통령 탄핵사건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 정치사회적 갈등이 언제든 다시 사법부의 독립과 권위를 시험하고 위협할 공산이 크다.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코드 따위는 신경 쓸 겨를조차 없이, 대법원장과 사법부가 고유한 책무와 법치주의의 장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격동이 닥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새 대법원장 후보자와 여야 정치세력이 국회 인사청문에 어떤 각오와 자세로 임하는가를 국민과 함께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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