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철수가 시작되면서 피로 얼룩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점차 해결될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다른 한편으로 총 공사비 1조2,800억원을 들여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 높이 8㎙ 총연장 640㎞에 달하는 분리장벽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폭탄테러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세워지고 있는 이 장벽은 이스라엘인들에게는 보호벽일지 몰라도 팔레스타인 측에는 통곡의 벽이다. 장벽으로 팔레스타인 주민 23만7,000명이 경제기반과 이동권마저 빼앗긴 채 이산가족으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KBS스페셜’은 21일 국제분쟁전문가로 알려진 강경란(44) 프로듀서가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장벽 건설이 낳고 있는 비극의 현장을 취재한 다큐멘터리 ‘장벽’(The Wall)을 방송한다.
국제사회의 끊임없는 지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공사를 강행, 장벽은 벌써 200㎞ 이상이 건설된 상태다. 이를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은 물론, 이스라엘인들까지 합세한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평화적 시위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탄압은 무자비하다. 강 PD는 취재 도중 팔레스타인 소년이 이스라엘 군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건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분리장벽 건설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팔레스타인의 실완 마을에선, 이스라엘 자원봉사자들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힘을 합쳐 정원을 만들고 올리브 나무를 심고 있다. “평화와 공존이란 정치가들 사이에 협상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통해 스며든다”고 믿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장벽에 가로 막혀 지금껏 이산의 비극을 체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21세기 새로운 ‘장벽’의 출현을 막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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