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경주로 간 까닭은 뭘까.”
김기남 노동당 비서 등 북측 당국대표단 일행이 16일 저녁부터 17일 아침까지 경북 경주시 문화유적을 참관한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추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편으로 울산공항으로 가서 다시 차량으로 경주로 이동, 시내 유적을 자정 무렵까지 둘러보고 다시 새벽같이 석굴암, 불국사를 참관한 1박2일, 16시간의 체류일정이 너무 숨가쁘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사전답사설이 제기됐다. 2002년 9월 특사로 서울을 방문했던 김용순 노동당 비서가 남측 파트너인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제주도를 참관한 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측 답방을 위한 사전답사설이 제기됐던 것과 유사하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는 만큼 2차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이런 판단에 힘을 더했다.
하지만 더 면밀히 김 비서의 언행을 분석해보면, 사전답사설의 근거가 약해지고 개인적인 선호가 더 부각된다. 16일 국회 방문에서 김 비서는 자신이 경주 김씨라는 사실을 밝히며 경주에 관심을 보였고, 실제 참관에서도 문화유적 관람 자체에 기쁨을 표했다.
그는 석굴암 불국사 안압지 등 신라유적에 감탄하며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참관 후 “자는 시간을 조금 줄였을 뿐인데 많은 것을 배웠다”며 “경주 참관에 300% 만족한다”고 말했다.
또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속 깊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서울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실제로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남측 관계자는 “북측 인사가 경주를 가본 적이 없어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으나 그래도 여운은 남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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