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동 분실을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원형 그대로 보존해 주세요.”
고문 대신 환대를 받았다. 20년 만이다. 1985년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의장 시절 남영동 보안분실에서 23일간 잔혹한 고문을 당했던 김근태(사진) 보건복지부 장관이 경찰의 초청을 받아 17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평화와 복지국가 시대의 경찰’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경찰이 초청했다는 얘기에 놀랐다. 불행했던 역사 때문에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경찰의 쉽지 않은 결정,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무엇보다 그는 남영동 보안분실을 경찰인권기념관(가칭)으로 바꿔 내년 개관키로 한 경찰을 치하했다. 그는 “군부독재 시절 어두운 과거의 그림자가 전설처럼 드리운 남영동 분실을 공개하고 현장은 그대로 보존해달라”고 부탁했다.
용서도 얘기했다. 김 장관은 “저를 고문했던 이근안씨를 면회하기 전 두려움과 분노가 엇갈렸지만 지금은 용서한다”고 말했다.
창설60주년을 맞은 경찰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식민지 시대 경찰이 우리 경찰의 뿌리라는 역사적인 오해와 불신이 남아있지만 이를 털고 가는 것이 경찰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민족경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그는 복지부 장관답게 이주 노동자의 복지, 금연과 출산율 저하 문제 등을 언급한 뒤 단상을 내려갔다. 강연엔 허준영 경찰청장 등 700여명이 참석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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