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이 16일 언급한 “공소시효가 남아 있거나, 미래에 발생하는 국가 권력의 명백한 범죄는 공소시효를 배제한다”는 발상은 논란의 여지가 없을까. 노 대통령이 이날 “국가 권력 범죄 시효 배제는 (과거사에 대한) 소급 처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다”고 밝히면서 제기되는 물음이다.
우선 미래에 발생할 국가권력 범죄 부분에 대해선 “형사소송법 상 공소시효 규정을 바꿔 공소시효를 없애는 것은 특별법 제정 등 정당한 입법 절차를 거치면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 정치권과 학계를 막론하고 많았다.
고려대 법대 장영수 교수는 “고문과 학살, 생체실험 등 비인도적 국가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는 게 세계적 경향이고 우리나라 법의 공소시효 규정은 다소 약하다”며 “형사적 소급 처벌이 아니라면 현재와 미래의 국가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규정을 바꾸는 것은 국민적 합의가 전제 되고 내용이 타당할 경우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율사인 한나라당 진영, 유기준 의원도 “미래에 발생할 국가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건 국회의 입법 절차를 지킨다면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국대 김상겸 교수는 “쿠데타나 내란, 대량학살 등은 헌법 질서를 침해하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에 이미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따라서 앞으로 국가가 얼마나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를 지를 상상해서 법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다른 각도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의 발언은 ‘법은 적을수록 좋다’는 법치주의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이미 행해진 범죄의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데 대해선 반론이 적지 않았다. 진영 의원은 “특정 사건의 남은 공소시효를 늘이는 것은 과잉 처벌금지 원칙 및 죄형 법정주의를 위반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공소시효 배제 대상인 ‘국가권력의 범죄’의 범위가 모호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개념이 모호한 ‘공권력 남용에 의한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정략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8년 국제형사재판소를 설치할 때 전쟁ㆍ침략 등 반인도적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키로 한 ‘롬 규정’도 ‘국가가 체계적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민간인을 대량학살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