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가권력 남용범죄 시효 배제’ 발언을 계기로 여당에서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이슈제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던져 놓으면 당은 영문도 모른 채 허겁지겁 수습하기 바쁘다”는 불만이다. 아울러 당과 청와대간 소통 채널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불만의 요체는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청와대가 당과 전혀 사전 상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효 배제 뿐 아니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론, 국정원의 DJ정부 불법도청 고백도 그랬다는 전언이다.
국회 법사위원인 우리당 한 의원은 17일 “시효 배제 문제는 사전에 당과 충분히 협의를 하고, 법률적 검토까지 한 뒤에 발표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당과 사전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때문에 대통령 발언 뒤 실질적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발언 진의부터 해석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한 주요 당직자는 “당이 발제를 하고, 대통령은 문제를 종합ㆍ정리하는 쪽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순서가 바뀌어 있다”고 지적했다.
대연정론의 경우 지난달 28일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하는 서신을 공개한 이후 당 지도부는 부랴부랴 이를 뒷받침하느라 옹호 발언을 쏟아냈지만, 한나라당의 거부에다 여론마저 좋지 않자 12일 문희상 의장이 “현재로선 대연정은 어렵다”며 사실상 손을 드는 머쓱한 상황을 맞았다.
국정원의 DJ정부 불법도청 고백을 두고선 문 의장이 “뭔가 잘못 알았을 것. 충분히 조사한 후에 발표했어야 한다”고 불만을 표했을 정도였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은 “당과 상의 없는 대연정 제안으로 호남 민심만 악화했다”며 “DJ정부 도청 고백도 호남 민심과 직결된 사안이었던 만큼 당과 교감이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와 당의 협의채널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당청간 정무 기능이 극단적으로 약화해 일어나는 문제”라며 “정무수석 부활이 필요치 않다면 다른 수석들이라도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한 의원은 “이런 현상이 구조화 한다면 큰 문제”라며 “청와대와 당이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긴밀한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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